박현영 워싱턴특파원
지난달 3일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는 담화를 냈을 때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은 종교의 자유도 없는 북한이 웬 크리스마스 운운이냐며 역설을 지적했다. 북한이 성탄절도 아닌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쓴 걸 두고 북한도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할 줄 알게 됐다는 농담도 나왔다.
지난달 2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달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문제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중국·러시아를 포함해 넓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체면을 봐서, 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깨기 싫어서 도발을 자제했다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복기해 보면 트럼프가 플로리다로 2주 일정 겨울 휴가를 떠났을 때, 크리스마스이브에 그곳에서 “선물이 미사일 시험이 아니라 아름다운 꽃병일 수도 있다”고 말했을 때 북한의 행동은 이미 정해졌을 수도 있다.
예측 불가 김정은과 즉흥적인 트럼프 사이의 일은 최악을 가정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긴장 조성은 비핵화 협상이라는 중대 사안을 냉철하게 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이달 또는 다음달로 미뤄진 선물 배달을 다시 주시하며 이 점을 되새겨본다.
박현영 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