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할배 55년생]
팬 7만명, 청년 열광 65세 모델 김칠두
"63세에 런웨이 처음 섰다 행복했다
세계 4대 패션쇼 서는 게 꿈이다"
"내 심장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난 행정적으로 노인일 뿐이다"
신년기획-55년생 어쩌다 할배①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한눈에도 장신(181㎝)에 날렵한 체형(62㎏), 누가 봐도 '모델'이다. 카페 사장이 앞치마에 손을 비벼닦더니 사진을 청했다. 지나던 젊은이들이 그에게 "선생님"이라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올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의 맏형인 55년생 71만명이 만 65세 노인이 되는 해다. 김칠두도 거기에 섞여있다.
그는 자신을 '노인'이라고 여길까. 김칠두는 "행정적으로 노인일 뿐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며 "늙는 것을 두려워해야 진짜 노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머리 염색을 한 적이 없다. 김칠두는 "왜 돈 들여서 젊어보이려고 노력해야 하나. 나이 드는 게 당연하다. 두려움을 갖고 살면 추해진다. '내가 왜 이리 늙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늙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늙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늙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모델을 하지 않으냐"며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 사실 내 마음이 여전히 불타고 있다"고 했다.
그의 삶은 굴곡지다. 미간에 깊게 팬 주름과 하얀 수염, 인생의 고로(苦勞)가 밴 노화의 증거에 젊은 팬들이 환호하는 이유기도 하다.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모델이 되고 싶어 기웃댔다. 서른 둘에 결혼해 아이가 태어났다. 가장의 무게가 짓눌렀다. 벽돌을 지고, 시멘트를 날랐다. 과일·야채를 팔며 닥치는대로 살다보니 가게가 생겼다. 40대에 접어들며 순대국집을 했다. 대박 났다. 수염 깎을 새가 없을 만큼 바빴다. 손님들이 '털보 순대집'이라고 불렀다. 욕심 내 일을 벌렸다. 체인을 냈고, 순대 공장을 차렸다. 15년을 넘기지 못했다.
2017년 12월 셋방을 겨우 얻을 만큼 돈이 남았다. "무조건 서울로 가자." 아이들은 알바를, 아내는 식당일을 찾았다. 하루는 딸이 막걸리를 사들고 들어왔다. "대리운전이라도 할까?" 딸이 고개를 저었다. "아빠, 옛날에 모델하고 싶어했잖아요. 그냥 무조건 모델 해요."
행복한 노년의 비결은 '걱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하루하루 소중히 생각하고 살아요. 시련을 겪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는 지금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 "시니어를 대표하는 모델로 세계 4대 패션쇼 무대에 서고 싶다"며 웃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현예·이에스더·이은지·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