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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할배 55년생]"65세? 무릎 쑤시지만 나이트 가기 딱 좋은 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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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마지막 날 부산경찰청의 55년생 미화원 친구들이 종무식을 마친 뒤 그룹사운드처럼 노래하고 춤추며 카메라 앞에 섰다. 왼쪽부터 강순옥, 김명식, 최병연, 강길남씨 부산=송봉근 기자

지난해 마지막 날 부산경찰청의 55년생 미화원 친구들이 종무식을 마친 뒤 그룹사운드처럼 노래하고 춤추며 카메라 앞에 섰다. 왼쪽부터 강순옥, 김명식, 최병연, 강길남씨 부산=송봉근 기자

신년기획-55년생 어쩌다 할배①

“제가 노인이라고요? 아직 그런 생각 안해요. 이팔청춘이죠. 마음은 젊어요. 나이트클럽에도 가보고 싶은걸요.”

1955년생 김명식씨는 이렇게 말하고는 10대 소녀처럼 깔깔 웃었다. 김씨는 부산경찰청 경무과 소속 미화원으로 일한다. 해사한 얼굴의 김씨는 기자 눈에도 ‘할머니’ 호칭을 듣기엔 일러 보였다. “아이고, 만 65세는 아직 청춘이죠. 주변 또래들 보면 다들 외모도 아직 곱고, 건강 관리를 잘 해서 크게 아픈 곳도 없어요. 100세 시대인데 65세를 노인으로 보는건 너무 이르지 않나요?”

청소하는 '청춘 할매' 김명식씨 #또래들도 아픈 곳 없이 아직 고와 #희생 많던 언니들보단 고생 적었죠 #올 6월 퇴직하면 뭐 먹고사나 #맘 맞는 친구들과 여행 가봤으면...

김씨는 '55년생=콩나물 시루 교실'을 떠올렸다. 그는 “국민학교(옛 초등학교) 때 13학급, 한 반에 학생이 70명 정도 됐다. 저학년땐 오전ㆍ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하곤 했다. 그때 우리 학생이 정말 많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한번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우리는 앞세대와 비교하면 고생을 덜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언니들은 학교도 못가고, 동생들 뒷바라지에, 집안일도 많이 했다. 언니 세대는 희생만 강요당했던 것 같다. 우리 세대는 학교도 가고, 집안일도 덜했다. 조금이나마 개인적인 생활을 즐길 수 있었던 세대”라고 말했다.

55년생 김명식 씨가 지난달 26일 부산경찰청에서 미화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55년생 김명식 씨가 지난달 26일 부산경찰청에서 미화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김씨는 청소일을 해서 월 173만원을 번다. 4년 전부터 월 25만원의 국민연금도 받는다. 몇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현재는 아들(36)과 전셋집에서 살고있다. 생활비는 대부분 김씨가 번 돈으로 충당한다. 김씨는 “건강보혐료, 세금, 암 보험료, 식비, 경조사비, 생활비가 나가는데 수입과 지출이 거의 똑같아서 저축은 전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월 10만~20만원의 생각지도 않았던 경조사비가 부담이 된다"라고 말했다.

마음은 젊지만 몸은 여기저기 아파온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약을 달고 산다. 김씨는 “85세까지 살 것 같다. 친정 아버지가 딱 그 나이까지 사셨다"라며 "퇴직하고 나면 20년 정도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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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노인이 되는 올해 김씨의 어깨를 짓누르는 가장 큰 걱정거리는 ‘퇴직’이다. 그는 오는 6월 10년 넘게 일해온 직장 문을 나서야 한다. 수입이 끊어진다. “당장 이 일을 그만두면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야하나 막막하죠….” 그런 김씨에게는 소박한 소원이 있다. 평생 밥벌이에 매달려온 김씨는 가장 해보고 싶은 일로 여행을 꼽았다. “마음맞는 친구들하고 국내 여행 한번 가봤으면 싶어요."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현예·이에스더·이은지·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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