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민주당 의원님들이 대한민국의 수준을 알바니아 수준으로 전락시킨 거예요.”
권 의원 외에도 지난 24~25일 필리버스터에 나선 정유섭ㆍ유민봉 등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알바니아도 폐기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레소토ㆍ베네수엘라도 언급됐지만 알바니아 이야기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알바니아에선 무슨 일이 있었기에 2019년 말 대한민국 국회에서 알바니아 붐이 불었을까.
무슬림이 과반…1991년 공산 독재 끝내고 다당제
21세기 동유럽 발칸반도 [중앙SUNDAY]
1991년 총선은 140석 전부를 지역구에서 단순다수제로 선출하는 방식이었지만 1년 만에 치러진 1992년 총선에는 ‘지역구 100석-비례대표 40석’으로 개편된 선거제가 적용됐다. 이후 한동안 알바니아의 선거제도는 총선이 치러질 때마다 지역구 의석수 또는 총 의석수가 큰 폭으로 바뀌는 등 불안정했다. 선거제의 기초를 담은 성문 헌법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대란
‘비례한국당’과 ‘비례민주당’ 등 아이디어의 기원이 된 위성정당 난립 현상이 두드러졌던 선거는 2005년 총선이었다. 민주당 계열에서는 공화당 등 4개 위성 정당이, 사회당 계열에서는 사회민주당ㆍ환경농민당 등 6개 위성 정당이 출현했고 공화당ㆍ사회민주당ㆍ환경농민당 등은 지역구에서는 한 석도 얻지 못했지만 비례대표로만 각각 11석ㆍ7석ㆍ4석 등을 획득했다. 반면 민주당과 사회당은 지역구로만 각각 56석과 42석을 차지했고 전체적으로는 민주당 중심의 야당 연합세력이 과반을 차지했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리한 2005년 알바니아 총선 결과. [유민봉 의원실]
결론은 ‘비례성 강화’
한국당 의원들의 주장대로 부작용을 경험한 알바니아는 이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했다. 그러나 2008년 개헌과 선거제 개편을 통한 알바니아의 선택은 지역구 중심의 단순다수제로의 회귀가 아닌 서유럽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이었다. 140개 모든 의석을 광역 단위별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유민봉 한국당 의원은 지난 25일 무제한 토론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장점이 많은 제도”라며 “성공을 위해선 충분한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 중복입후보제 허용, 의원내각제 권력구조 등 패키지 부품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비례성을 강화해 의회 중심주의가 자리잡기 위해선 개헌과 대선거구제 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대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유세에 나선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 [연합뉴스]
임장혁 기자ㆍ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