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허씨는 서울북부지법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기자들을 피해 법원에 출입했다. 앞서 법원은 통상 불구속 피의자의 출입 루트인 법정동 정문 한곳만 개방한다고 밝혔고 포토라인도 이곳에 설치됐다. 하지만 허씨는 통상 구속 피의자가 출입하는 지하 통로로 10시20분쯤 검찰과 함께 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새로운 형사사건 공개금지규정에 의하면 비노출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법원은 “불구속 피의자가 구속 피의자가 이용하는 지하 통로로 법정에 출석하는 것은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법원은 “이런 경우가 아주 없는 건 아니고 많이 있었다더라”고 설명을 정정했다. 허씨는 영장심사를 마친 후에도 지하 통로를 통해 법원을 빠져나갔다.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한다.
허씨 측 최재웅 변호사는 영장심사 종료 후 “체불 임금 5억원 중 약 2억원이 남았고, 이 부분도 체당금으로 처리됐다. 다음 달에 3억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씨가 체불 임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횡령에 의해서 체불했다거나 돈을 다른 곳에 쓴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허 대표가 태양광 사업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피해직원 약 37명 중 대부분이 변제됐고, 9명을 제외하고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며 “(9명도) 연락이 안 돼서 처벌불원서를 못 받은 것이지 연락이 되면 모두 제출했을 것이다.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분들도 모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불법하도급 혐의에 대해서는 “저희는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포토라인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찰 지하 통로를 이용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검찰이 검찰청으로 출두하라고 해서 온 것일 뿐”이라며 “허 전 이사장은 그런 개념을 가진 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허씨는 태양광 업체인 녹색드림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40여 직원의 임금과 퇴직금 등 5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 대부로 불렸던 허씨는 16·17대 총선에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한 친여 인사로 분류된다. 이후 2013년 녹색드림을 설립한 후 태양광 사업을 시작하며 현 정부 들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허인회 “구속 면해야...탄원서 써달라” 퇴직자들에 문자
허씨는 또 문자를 통해 “녹색드림이 여러 공사 현장과 회사 통장 등이 압류돼 체불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압류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고 앞으로 1~2개월 안에 수익이 지속해서 발생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종업원 17명 인건비가 9억?
특히 지난해 인건비는 전년 대비 7억여원이나 급등했다. 중앙일보가 녹색드림의 지난 5년치 재무제표(2014~2018년)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녹색드림의 인건비는 2018년(9억400만원), 2017년(2억300만원), 2016년(1억2200만원), 2015년(7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친여인사 허씨, 현 정부 신재생 육성 정책 싹쓸이?”
허씨는 이후 2013년 녹색드림을 설립했다. 설립 초기만 해도 발효현미를 팔던 녹색드림은 태양광사업을 시작해 2017∼2018년에 서울시에서만 총 37억여원의 태양광 사업 보조금을 받았다. 지난 8월 자유한국당은 “서울시가 태양광 미니 발전소 보급사업에서 녹색드림 등 특정 회사에 편법적인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각종 특혜를 줬다”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감사원은 서울시가 녹색드림 등 3곳에 특혜를 줬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별개로 녹색드림은 불법 하도급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태양광 사업의 하도급과 명의 대여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 녹색드림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설치한 소형 태양광 발전 집광판 8300여장 중 약 5500장을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등에 불법 하도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