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천 공단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2분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8층짜리 상가건물 내 5층 식당에서 불이 났다.
당시 시민 700명이 이 건물 6∼8층에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 중이었다. 음식점과 커피숍 등 상점 170여개도 영업 중이었다.
불이 난 식당에선 마침 미추홀소방서 신기119안전센터에서 근무 중인 김태경(48) 소방위가 아내와 함께 식사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식당에 연기가 퍼지자 놀란 김 소방위는 주방 천정에서 붉은 불꽃이 치솟는 장면을 목격했다.
김 소방위는 직원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한 뒤 곧바로 가게에 있던 소화기로 진화 작업에 나섰다. 건물 관계자인 김학민씨도 건물에 설치된 소화전을 이용해 진화에 동참했다.
김 소방위는 불길을 잡은 뒤 식당 손님들에게 "불이 났으니 지상으로 내려가라"고 외쳤다. 이어 건물 에스컬레이터로 달려가 다른 시민들도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 소방위뿐 아니라 영화관 직원들의 발 빠른 대처 역시 대형 인명 피해를 막았다.
해당 영화관은 평소 한 달에 한 차례 파트타임 근무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을 상대로 화재 대피 훈련을 해왔다.
화재 경보벨이 울리자 직원들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고 직원 10명은 상영관으로 달려가 관람객들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렸다.
직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700명이 넘는 관람객은 10여 분 만에 안전하게 지상으로 대피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공단소방서 대원들에 의해 불은 19분 만인 오후 4시 1분쯤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1000여 명이 건물 밖으로 긴급 대피했으나 대피하던 중 건물 계단에서 넘어진 시민 A(42)씨만 무릎을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 당시 영화가 상영 중이어서 관람객이 많았지만 신속히 대피해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화재를 초기 진화하고 대피를 유도한 김 소방위와 김씨, 영화관 직원 등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