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정 후보자 얼굴에선 거의 미소를 볼 수 없었다. 정 후보자는 “국가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총리라는 중책에 지명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책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
경제살리기·국민통합에 주력”
대기업 임원·장관 등 두루 거쳐
- 지역구 출마에 무게를 두는 듯했는데.
- “종로 3선에 도전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총리설이 계속 나와서 ‘적절치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으나 많은 분들과 대화도 하고 저 자신도 깊은 성찰을 통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것이 저의 태도이고 결정이어야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으로 수락했다.”
- 정국이 꼬여 있는데 야당과 소통은.
- “이런 저런 방법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소통할 생각이다. 대통령께서도 지명 이유를 말씀하시면서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주문했다. 야당과의 소통, 국회와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해 결국은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과거 박정희 정부 때 백두진·정일권 전 총리가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적은 있다. 하지만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총리 지명을 받은 건 처음이다. 의전 서열 2위(국회의장 출신)에서 서열 5위(국무총리)가 된다는 점에서 서열 역행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상 첫 의장 출신의 총리지명인데.
- “많은 고심을 했다. 전직이긴 하지만 국회의장 출신이기 때문에 적절한지 고심했는데,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거 따지지 않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판단으로 지명을 수락했다.”
- 경제 혁신성장을 위한 방안은.
- “청문회 과정을 통해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자세한 내용은 청문회를 통해 국민에게 소상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정 후보자는 ‘복장(福將)’이다. 전북 진안 출신의 정 후보자는 6선 국회의원, 산업자원부 장관, 여당 대표(열린우리당 의장), 국회의장까지 대통령만 빼고 안 해본 게 거의 없다. 여기에 국무총리 후보자 이력까지 더하게 됐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엔 쌍용그룹에 입사해 17년간 근무하며 상무이사까지 올랐다. 쌍용 시절엔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주재원으로 장기간 근무했다. 한 측근 인사는 “국회의장 시절에도 늘 단어장과 회화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꾸준하게 영어 공부를 해 왔다”며 “외국 손님을 만나면 통역 없이 직접 대화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추석 명절 때 “지역 인사 1000명에게 전화인사를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을 만큼 종로 지역구가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종로를 떠나 총리행을 택하면서 자연스럽게 차기 대선 레이스에 몸을 싣게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