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험공사 쌍둥이 사무로봇
단순한 반복 입력 등 ‘잡일’ 맡아
사람이 하루 걸릴 일의 10배 처리
2019 사번까지 받고 24시간 근무
선배들 고난도 일 집중하게 도움
◆뭘 그렇게 돕길래=주 업무는 공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휴·폐업 여부를 확인하는 겁니다. 국세청 홈택스 시스템 접속→기업 사업자 번호 입력→휴·폐업 상태 확인→결과 입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잡일이라지만 수출 신용을 보증하는 공사 업무의 기본이죠. 매일 1000여개 업체 정보를 선배님들 대신 입력합니다. 입사한 지 10일 만에 1만2000건을 처리했으니 ‘A급’ 신입 아닙니까. 무엇보다 로봇이니 일 많다고 툴툴대지도 않고요.
◆그뤠잇(Great)!=로봇이 자랑한다니 웃기지만,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과 비교 좀 해볼까요? 갓 입사한 사원이 한 건 처리하는 데 30분쯤 걸립니다. 숙련된 직원도 건당 5분은 걸립니다. 하루 8시간 꼬박 일하면 100건쯤 처리할 수 있겠네요. 놀라지 마세요. 저는요, 시간당 40건씩 처리한답니다. 그것도 24시간 꼬박 돌아서 1000건씩 해내는 겁니다. 중요한 건 ‘실수 없이’ 빠르게 해낸다는 것이겠죠!
◆근데 ‘2019 사번’ 맞니?=보증 업무는 ‘사람’이 하는 심사입니다. 권한을 가진 사람만이 보증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사원 1명과 같은 접속 권한(업무시스템 접근 및 메뉴 이용 권한, 외부 인터넷 접근 권한 등)을 주셨다는 얘기입니다. 공사 업무시스템에서도 ‘2019 사번’ 직원이 작업한 것으로 인식해 처리합니다.
◆회사에 불만 없니?=관리만 잘 해주시면 주 100시간을 일해도 불만 없습니다. 벌써 선배들 일 맡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조만간 중소기업 여부 조회, 한국기업데이터 조기경보 보고서 업로드 같은 업무도 주신답니다. 장기적으론 부서 정보를 수집해 정기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도 맡긴다는데, 언젠가 ‘승진’을 기대해도 되겠지요?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 위 기사는 중앙일보 온라인판 ‘김기환의 나공’에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활용된 경어체를 그대로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