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들어 서울 낮 최고기온이 처음으로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시민들이 두터운 옷차림으로 추위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오전 7시 25분에 기록한 영하 4.7도로 오전 9시에는 영하 4.5도로 0.2도 상승했다.
하지만, 체감온도는 반대로 영하 7.3도에서 2.5도나 더 떨어진 것이다.
체감온도가 이처럼 뚝 떨어진 것은 바로 바람 때문이다.
오전 7시 25분에는 풍속이 시속 5.4㎞(초속 1.5m)로 비교적 잔잔했지만, 오전 9시에는 시속 14.4㎞(초속 4m)로 제법 강해졌다.
5일 9시 서울 체감온도 -9.8도
바람 강할수록 체감온도 낮아져
6일 아침 서울 -9도, 체감 -13도
서울은 6일 아침 영하 9도까지 떨어지겠고, 시속 7㎞의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3도 가까이 떨어지겠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한파주의보를 5일 오후 10시를 기해 경기도 가평·양평·동두천, 강원도 춘천·태백, 충북 제천·증평·음성·충주·괴산, 경북 북동 산지와 영양·봉화·청송·의성·군위 등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피부의 열 빼앗기는 정도 나타내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4도까지 떨어지는 등 매서운 한파가 찾아온 지난 2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이 강해질수록 피부의 열 손실은 커지게 되고, 결국 내부 체온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바람이 불면 피부 주변을 담요처럼 감싸고 있는 얇은 공기층이 달아나고 열 손실도 커지는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2001년 미국 기상청과 캐나다 기상청이 구성한 온도지수 연구그룹(Joint Action Group for Temperature Indices)이 발표한 체감온도 산출 식을 활용하고 있다.
체감온도 계산식. [자료 기상청]
일부에서는 "바람으로 인해 피부의 열을 빼앗기는 정도가 인종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캐나다에서 만든 체감온도 지수가 한국인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감온도 25도 아래에서 15분이면 동상 걸려
3일 오전 제주 한라산 국립공원 영실매표소에 고드름이 달려있다. [연합뉴스]
체감온도가 영하 25도 아래이면 10~15분 이내에 동상이 걸린다.
체감온도가 영하 45도보다 낮으면 노출된 피부가 몇 분 내에 얼어붙는다.
양지쪽에서는 추위를 덜 느끼게 된다.
외풍이 심한 낡은 집에서 외롭게 겨울을 나는 이들이 훨씬 더 추위를 느끼게 되는 셈이다.
여성이 추위에 약한 이유는
세밑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두터운 옷을 입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지난 2011년 공개된 인제대 정우식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기온에 민감해 체온이 더 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체중이 같을 경우 남자보다 몸의 표면적이 더 넓지만 열을 발생시키는 근육량이 적은 탓이다.
정 교수팀은 또 추위에 노출됐을 때 얼굴 중에서도 왼쪽 뺨의 온도가 오른쪽 뺨보다 높게 유지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원인은 왼쪽 뺨이 심장에 더 가깝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빌딩풍 위력…사람도 날려버려
기온과 풍속을 동시에 측정하는 장면 [중앙포토]
도심 빌딩으로 인해 공기의 흐름, 즉 바람이 뒤바뀌면서 나타나는 이른바 빌딩풍(風), 혹은 도심 협곡풍 탓이다.
도시에서 줄지어 길게 늘어서 있는 빌딩들이 마치 거대한 협곡의 절벽처럼 작용하고, 그 빌딩 숲 사이를 지날 때 바람도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를 도시 협곡풍이라고도 부른다.
액체나 기체 같은 유체가 흐를 때 단면적이 큰 곳은 흐름이 느리고 압력이 높지만, 단면적이 작은 곳에서는 흐름이 빠르고 압력이 낮아진다는 베르누이의 원리(Bernoulli's Principle)가 작용한 탓이다.
강한 도시 협곡풍은 빌딩이 높고 골목이 좁을수록 거세진다. 높은 빌딩이 햇볕까지 차단하면 더 춥다.
초속 10m의 바람이 빌딩 숲에서 초속 20~30m의 강한 협곡풍으로 바뀐다면 사람이나 간판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 초속 17m면 태풍급 바람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