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둘러보러 왔다"는 손님에게 물건 파는 세일즈 비법

중앙일보

입력 2019.1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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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19)

 
과거 모 가구회사 대리점 사장들을 위한 특강을 할 때였다. 강의를 준비하며 몇가지 사전 인터뷰를 해 보니 이런 반응이 나왔다. “우리 가구는 살 사람이 정해져 있어요. 그야 말로 매니아가 구입합니다. 그래서 안 살 사람은 그냥 둘러보고 나갑니다.” 그래서 강의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살 사람이 정해져 있는 브랜드라면, 죄송하지만 언젠가 회사는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지 않고 쇼룸과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살 사람이 정해져 있다면 무엇 때문에 대리점을 통해 판매를 하려 하겠습니까. 만일 고객의 니즈를 개발할 수 없다면 대부분의 소매업은 인터넷 쇼핑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약 8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2019년, 많은 가구가 인터넷에서 거래된다. 매장은 점점 더 대형화하고, 판매 서비스 직원은 공간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수행하며 각 브랜드의 가치 전달자로서의 미션을 부여받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이후 명함을 건네고 방문 목적을 다시 이야기 하자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고객과 몇 마디만 나눠보면 금방 압니다. 차를 살 사람인지 아닌지 말이죠. 저희 브랜드는 그냥 구경하러 왔다가 구입하는 고객은 거의 없습니다." [사진 pixabay]

 
모 자동차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전에 손님의 입장에서 몇군데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이후 명함을 건네고 방문 목적을 다시 이야기 하자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고객과 몇 마디만 나눠보면 금방 압니다. 차를 살 사람인지 아닌지 말이죠. 저희 브랜드는 그냥 구경하러 왔다가 구입하는 고객은 거의 없습니다. 매니아가 주로 찾는 브랜드입니다.”
 
당연히 해당 브랜드 소속 딜러인 만큼 브랜드의 특성, 고객의 주된 반응과 행동 양식을 잘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마인드로는 세일즈를 ‘잘’하기란 어렵다. 특히 과거 고도 성장기에 자신의 특별한 노하우로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하는 베테랑일수록 그렇다. 시대가 변했고, 고객은 세일즈맨을 통해서만 해당 브랜드와 자동차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지 않는다. 잘 묻지도 않고, 설명에 귀 기울이지도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세일즈를 해야 할 것인지 과거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트레이닝에 들어가서 가장 많이 강조한 부분이 바로 ‘고객 니즈의 개발’이었다. 살 마음이 없는 고객을 보고, ‘음~ 그냥 둘러보러 왔네. 안 살 사람이군’ 이라고 생각한다면 소극적인 세일즈 (사실상 서비스) 정도에 그칠 것이다. 고객은 원래도 마음이 많지 않으니 (살 것 같이 행동하면 세일즈맨이 너무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것이 불편해 일부러 이렇게 행동하기도 한다) 당연히 그냥 둘러보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세일즈맨은 ‘역시 내 판단이 옳았군’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과정이 몇 번 반복되게 되면 세일즈맨은 자신의 ‘감’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 것 같은’고객에만 집중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세일즈가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이 되는 순간이다. (살 것 같은 고객이 왜 그 세일즈맨과 거래해야 할까. 결국 가격 흥정 말고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니즈’라는 단어는 세일즈, 마케팅은 물론 비즈니스 전반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세일즈 강의나 책에서 조차 “니즈를 파악해서 접근하라”, 혹은 “니즈가 있는 곳에 가서 세일즈하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물론 조금 더 들어보면 다른 관점의 방향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이 말들이 맞는 걸까, 틀린걸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니즈’라는 단어는 세일즈, 마케팅은 물론 비즈니스 전반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세일즈 강의나 책에서 조차 ’니즈를 파악해서 접근하라“, 혹은 ’니즈가 있는 곳에 가서 세일즈하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사진 pixabay]

  
세일즈는 니즈라는 단어와 떨어질 수없다. 고객이 니즈를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러나 니즈가 있다면 세일즈를 전개하기 유리하긴 하지만, 세일즈맨의 역할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니즈의 발견, 고객 니즈의 파악 등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고객이 표현하고, 판단하는 니즈는 그 자체로 완성된 니즈가 아니며 고객이 현재 니즈가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세일즈맨의 자극에 의해 충분히 개발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예 생각이 없었던 니즈가 생긴다기 보다 고객의 일반적인 욕구가 구매의 이유가 되는 니즈가 되도록 세일즈맨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나는 이러한 니즈를 ‘가치’라고 표현하고 싶다. 세일즈에 의해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고객은 ‘귀가 얇아서’ 뭔가를 구매하고, 어떤 고객은 때 마침 할인을 한다고 하니 충동구매하기도 한다. 물론 어떤 고객은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일즈맨의 설명을 듣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치를 부여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이미 알고 있던 가치가 더 부각되고 각인돼 물건을 구매한 고객은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얻게 된다. 즉, 만족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 가치는 고객이 물건을 구매한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고 기업의 해당 브랜드와 해당 제품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공유’의 계기가 된다. 
 

만족감을 얻은 가치는 고객이 물건을 구매한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고 기업의 해당 브랜드와 해당 제품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공유'의 계기가 된다. [사진 pixabay]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것은 세일즈가 아니다. 고객이 스스로 필요성을 인식할수 있도록 돕고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의 만족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가치를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이 세일즈다.
 
기업이 세상에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총 네 번 새롭게 탄생한다. 제품을 기획, 개발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탄생이 시작되고, 두 번째 탄생은 공장에서, 혹은 서비스 제공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세 번째 탄생은 세일즈맨의 가치 전달에 의해 이루어지고, 마지막 네 번째는 고객의 평가, 고객의 만족에 의해 완성된다.
 
세일즈는 기업이 세상에 기여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고객이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고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전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의 ‘니즈’라는 이 두음절의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기고,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세일즈의 가치와 역할이 발휘됨을 기억하자.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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