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환자가 발생하자 중국은 역병 외에 괴담과도 싸워야 하는 입장이 됐다. 베이징시위생건강위원회가 발빠르게 폐스트 관련 조치를 설명했다. [베이징시위생건강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가장 대표적인 예가 헤이룽장(黑龍江)성 베이징 판사처가 발표했다는 통지다. 이 통지에 따르면 헤이룽장성의 성정부가 베이징에 세운 호텔인 베이징헤이룽장빈관(北京黑龍江賓館)에 한 페스트 의심 환자가 투숙했다. 이에 따라 호텔이 소재한 베이징 시청(西城)구의 질병통제센터에서 두 명의 의사가 지난 14일 호텔로 나와 이 투숙객의 페스트 감염이 의심된다며 병원으로 데려가 격리 조치했다.
또 이 투숙객과 접촉한 여섯 명에 대해서도 호텔과 병원 등으로 나눠 격리 조치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국은 헤이룽장성에서 베이징으로 출장 오는 공무원들에게 이 호텔에 투숙하지 말도록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호텔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 소문을 확인한 결과 호텔 직원은 페스트 감염자의 호텔 투숙 소식은 “완전한 헛소문”으로, 호텔은 현재 정상 영업하고 있으며 헤이룽장성의 성정부로부터 어떠한 통지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문은 SNS인 웨이신(微信)을 타고 퍼졌다. 베이징 내 병원 두 곳이 페스트 감염 의심 환자를 진료해 병원 건물의 수개 층이 봉쇄됐다는 것이다. 그중 한 곳이 어린이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얼퉁(兒童)병원으로 베이징 부모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중국 기자들이 달려가 확인한 결과 얼퉁병원의 모든 층은 개방된 채 정상 진료 중에 있었고 여느 때와 같은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이고 있었다고 한다.
베이징대학인민병원은 지난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차오양 병원에 간 적이 있는지를 묻는 게시를 했다. 차오양 병원은 페스트 환자를 치료 중인 곳이다. [홍콩 명보 캡처]
두 병원이 페스트 환자를 진료했다는 소문이 퍼진 게 모두 지난 14일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는 네이멍구 시린궈러(錫林郭勒)에서 발병해 베이징으로 이송됐던 두 사람이 지난 13일 페스트 확진 판명을 받은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중국 웨이보의 한 사용자는 SNS에 “가장 두려운 건 페스트가 아니라 일반에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베이징으로 후송된 두 사람의 병명을 폐 페스트로 확진하기까지 약 10일이 걸린 것을 비판한 것이다.
중국 인터넷엔 또 폐 페스트의 경우 공기 중 전염도 가능한데 이들 환자가 베이징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03년 중국에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을 당시 초동 대처가 허술했던 전례가 이같은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역병 돌자 번지는 미확인 소문
“호텔에 환자 묶어 관련자 격리”
“아동 병원서 흑사병 진료햇다”
전염병, 괴담 동시에 싸우는 중국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