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가 선한 건 아니다. 밤늦게까지 한 공무원과 나눈 대화를 그대로 옮긴다.
“정비소도 주 52시간 근무 체계를 지켜야 해 저감장치를 못 달고 있다(공무원)”→“기본적인 업무 조건조차 고려하지 않고 예산부터 짜선 안 된다(기자)”, “집행률이 떨어진 건 예산 집행이 늦어서다(공무원)”→“현장에 가보니 공업지대 한가운데 정비소조차 1년 동안 3대 부착한 게 전부다(기자)” “예산 누수의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했다(공무원)”→“나랏돈 검증은 가혹해야 한다. 언론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야 맞다(기자)”
“경로당 덥다 해도 종일 보일러
지하철역사 먼지 쌓인 안내로봇”
독자들 세금 새는 현장에 분통
보도 직후 독자 반응도 뜨거웠다. 경기도 오산의 한 독자는 장문의 e메일을 보내와 “그동안 신문에 제보할까, 국민 신문고에 올릴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정류장마다 청소일 맡은 분들이 보라색 복지관 조끼를 입고 한두 분씩 앉아서 시간만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성실히 납세하는 입장에서 걱정이 많다”며 “진정한 복지는 꼭 필요한 곳에, 정말 일하고 싶지만, 여력이 없어 포기하는 젊은이와 불우한 어린이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달린 댓글 수백 개 중엔 “대전 시내 지하철역엔 아무도 찾지 않아 먼지가 쌓인 ‘안내 로봇’이 있는데 예산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경로당인데 예산을 써야만 해서 덥다고 해도 종일 보일러를 튼다” “횡단보도에 안내하는 노인만 3명인 경우도 봤다”는 등의 예산 낭비 사례가 많았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리자는 취지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일단 쓰고 보자”는 식 재정 집행은 2019년 판 ‘보도블록 갈아엎기’다. 경기 둔화 ‘선제 대응’과 ‘예산 낭비’는 한끗 차이다. 정부가 나랏돈을 헤프게 다루면 예산은 곧바로 줄줄 샌다. 기사에 섭섭해하는 공무원도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라고 생각하면 속이 쓰릴 것이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