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아직 악력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 그런데 40대 이상 중고령자는 쥐는 힘이 강할수록 전반적인 사망률이 더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새로 공개됐다.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06년 고령화연구패널조사(한국노동연구원)에 참여한 45~84세 남녀 7639명을 2016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다.
이정권 교수팀, 7639명 추적 조사 결과 공개
남성 사망률, 고악력군이 저악력군보다 42%↓
암, 심장질환 사망 위험도 악력과 연관 있어
"악력 낮은 사람 근력운동 시키면 사망률 낮춰"
이 교수팀이 조사 대상을 추적해보니 10년 새 숨진 사람은 1292명으로 집계됐다. 사망 원인으로는 남녀 모두 암이 가장 많았다. 평균 악력은 사망군이 20.15kg, 생존군이 24.87kg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악력은 악력계를 사용해 양손의 쥐는 힘을 각 두 번씩 측정한 값의 평균치로 구한다. 악력은 남녀 모두에서 나이가 들수록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들을 악력에 따라 고ㆍ중ㆍ저 3개 그룹으로 나누고 연령, 학력 등의 변수를 보정했더니 사망률 차이는 더 확연하게 드러났다. 남성 고악력군은 저악력군과 비교했을 때 각종 원인에 따른 총 사망률이 4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악력군도 저악력군보다 사망률이 37% 정도 낮았다. 여성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여성 고악력군은 저악력군과 비교하면 사망률이 40%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악력은 질병별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성에 있어선 암 사망률이 악력 향상에 따라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악력군은 저악력군과 비교하면 암 사망 위험이 41% 정도 낮게 나왔다. 반면 여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 위험도 남성 고ㆍ중악력군이 저악력군과 비교해 낮은 편이었다. 다만 중악력군보다 고악력군에서 사망 위험이 오히려 약간 더 높은 모습을 보였다. 여성은 뚜렷한 특징이 나타나지 않았다.
악력과 사망률 사이의 밀접한 관계는 근감소증 등 전반적인 건강 상황이 악력에 반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팀은 낮은 악력을 가진 사람들을 따로 구분해서 적극적인 근력 운동에 참여토록 하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한국인의 연령별 악력 기준치 설정 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논문은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