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베즈다전에서 상대 진영을 돌파하는 손흥민(왼쪽). [AP=연합뉴스]
아쉽게도 남은 두 걸음을 더 내딛지 못했다. 12경기를 더 치렀지만, 기록에 대한 부담감에 부상까지 겹쳐 도전을 멈춰야 했다. 통산 기록은 372경기 121골이다. 분데스리가에서 98골, 유럽 대항전에서 10골, 컵대회에서 13골이다. 한국 선수의 유럽리그 최다골 기록. 한국 축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챔피언스리그서 122·123호 골
차범근 유럽 121골 30년 만에 깨
득점 후 고메스 쾌유 기원 제스처
스포츠맨십에 찬사, 차붐도 극찬
관중석의 가족을 향한 손흥민의 하트 세리머니. [연합뉴스]
손흥민은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2분 델리 알리(23)의 패스를 받아 왼발로 마무리했다. 4분 뒤에는 대니 로즈(29)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다가 올린 낮은 크로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시즌 6, 7호 골이자 유럽축구 개인 통산 122, 123호 골이다. 30년 전 차붐이 내딛지 못한 두 걸음을 대신 내디뎠다.
환호하는 동료를 진정시키는 손흥민. [연합뉴스]
손흥민은 경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극복했다. 대기록을 수립하는 득점에도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한국 축구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지만 웃지조차 않았다. 담담하게 축하를 받던 그는 TV 중계 카메라를 발견하자 머리를 숙이고 두 손을 모으는 기도 동작을 취했다. 고메스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제스쳐였다.
고메스의 쾌유를 비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차 전 감독의 121호 골은 선수 인생을 마감하는 골이었다. 반면 손흥민의 골은 전성기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차 전 감독은 26세에 유럽 무대에 데뷔해 11년간 뛰었다. 즉, 손흥민의 지금 나이 때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반면 손흥민은 20세에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9년 만에 차 전 감독을 따라잡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유벤투스(이탈리아) 등 유럽 빅 클럽이 영입하려고 주목하는 선수다.
차 전 감독은 자신을 뛰어넘은 손흥민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포털사이트에 연재하는 기명 칼럼에서 “(손)흥민이가 뛰는 현재의 프리미어리그는 내가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우리 흥민이는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흥민이가 내 품에 안겨 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후배들이 흥민이 품에 안겨 훌쩍일 때가 된 것 같다”며 달라진 손흥민의 위상과 그에 따른 기대감을 표시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