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2019년, 가수 인생 새 막이 시작되는 오늘입니다. 데뷔 8년 만에 처음 해보는 게 너무 많네요.”
3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 ‘가인이어라’ 무대에 오른 송가인(33)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월 TV조선 오디션 프로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출연자들과 함께 전국 투어를 다녔지만 “이렇게 큰 무대에서 단독 공연을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4200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이쁘다” “잘한다” 등 추임새를 넣으며 그의 홀로서기에 박수를 보냈다.
4일 첫 정규 앨범 ‘가인(歌人)’ 발매를 앞둔 송가인은 이날 공연에서 수록곡 13곡을 아낌없이 공개했다. 2012년 본명 조은심으로 데뷔한 이후 홍보용 앨범은 3장 정도 발표했지만, 정식 유통되는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그램 종영 이후 나날이 높아지는 인기 덕에 170곡을 받아 선별한 그는 아나운서 조우종과 배우 조승희의 진행에 따라 신곡 6곡을 한 곡씩 소개했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대형 공연장을 택했지만, 중장년층 관객을 고려해 디너쇼처럼 사회자를 두고 토크를 곁들였다.
신곡 6곡 등 수록된 첫 정규 ‘가인’ 발매
첫 단독공연 4200석 매진…제2막 시작
“우리 것 살리면서 현대적인 것 더했다”
‘미스트롯’에서도 예선전 손인호 원곡의 ‘한많은 대동강’(1959)으로 시작해 결승 2라운드 이해연 원곡의 ‘단장의 미아리 고개’(1956)까지 50년대 곡을 주로 선보인 그의 감성은 ‘서울의 달’ 같은 곡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살이 타향살이 고달픈 날에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겁도 없이 떠나온 머나먼 길에 보고 싶은 내 고향 눈에 밟힌다” 등 복고풍의 노랫말이 심금을 울렸다. “전라도에서 탑 찍어불고 서울로 탑 찍으러 온” 송가인이 “내 얘기 같아 더 몰입한” 곡이기도 하다.
가족 단위 관람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광주에서 온 최종거(53)씨는 “처음엔 나 혼자 ‘미스트롯’을 보기 시작해서 아내와 두 딸 모두 송가인씨 팬이 됐다”며 “가족이 다 같이 콘서트를 보는 건 처음인데 여행 온 것처럼 신난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이모(15)양은 “엄마가 티켓팅을 부탁해서 함께 왔는데 가인 언니 매력에 푹 빠져 쿠션 굿즈도 샀다”며 “덕분에 전혀 모르던 옛날 노래도 많이 알게 되고 함께 스트레스를 푸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식 굿즈 중에서는 돋보기나 소주잔 세트, 거창유기 수저세트 등 어르신 취향의 품목도 눈에 띄었다.
“딸뻘이지만 배울 점 많아…효심도 인상적”
오후 8시쯤 ‘퇴근길’에 나타난 송가인은 확성기를 들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팬분들이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기에 오늘날의 제가 있다. 정말 공기 같은 존재”라고 거듭 강조했다. 피처링에 참여한 MC몽의 ‘인기’로 음원 차트 정상을 달리고 있는 송가인은 “제 신곡이 1위를 하면 명동에서 프리 허그를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팬들을 위해 온라인 팬카페를 중심으로 음원 구매 및 선물 방법이 자세히 적힌 매뉴얼을 만들어 공유하는 등 신문물 익히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한국대중가요연구소 최규성 대표는 “장윤정ㆍ박현빈ㆍ홍진영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세미 트로트 바람이 일었을 때는 자신들의 문화라 여기지 않던 장년층이 정통 트로트가 부활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공연은 오는 10일 오후 6시30분 MBC를 통해 방송된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