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북 포항시 남부소방서 2층에 중앙119구조본부 헬기추락사고 가족대기실이 설치됐다. 헬기 추락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대기실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포항=송봉근 기자
독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 피해자 중 한 명인 88대왕호 선원 박모(46)씨 여동생(42)은 이렇게 말했다. 박씨의 여동생은 1일 오후 오빠의 사고 소식을 듣고 남편, 아들과 함께 대전에서 경북 포항 남부소방서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박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헬기를 타고 독도로 향한 상태다.
31일 독도 해상에서 헬기 추락사고
피해자 중 1명인 선원 박모(46)씨
작업중 동료 다치자 보호자로 동승
여동생 "법 없이도 살 사람" 눈물
헬기 사고 피해자인 박씨는 홍게잡이 어선 88대왕호(9.77t급)의 선원이다. 박씨는 생계를 위해 경북 울진군과 본가인 밀양을 오가며 홍게잡이 일을 십여년간 해왔다. 매번 같은 배를 타진 않았고, 일이 있을 때마다 바다에 나갔다고 한다. 가족들은 “홍게잡이가 위험하고 요즘 사고도 잦다더라”며 일을 만류해왔다. 박씨는 걱정하는 아버지를 위해 울진과 밀양 본가를 오가며 일을 했다. 박씨는 여동생에게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며 지난 31일 오후 홍게잡이 어선에 올랐다.
한창 작업 중이던 이날 오후 11시쯤 박씨와 같은 배를 탄 선원 윤모(50)씨가 왼손 엄지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했다. 박씨는 동료 윤씨의 보호자로 헬기에 탑승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보호자가 주변에 없을 경우엔 어쩔 수 없지만, 지인 등이 있으면 헬기 후송시 보호자로 탑승하도록 한다.
박씨의 여동생은 “보호자가 동승해야 한다고 하니 착한 오빠가 보호자로 헬기를 타겠다고 한 거 같다”며 “정말 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착하고 성실한 오빠인데, 조카를 너무 예뻐하던 오빠인데, 어쩌냐”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1일 오후 경북 울릉군 독도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해경 심해잠수사들에 의해 발견됐다. 사고 기체 수색 작업에 투입됐던 해경 잠수사가 사고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는 곳에 부의를 설치하고 있다. [해경청]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n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