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빗나간 예측에 잘못된 처방…내년이 더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2019.10.24 13:53

수정 2019.10.2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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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4% 성장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1%대까지 내려가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이후 10년 만의 최저다. “3분기 0.4% 성장률은 기업으로 치면 ‘어닝 쇼크’와 비슷하다”(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는 게 시장 반응이다. 우리 정부의 빗나간 예측과 이에 근거한 잘못된 처방이 경제성장률을 주저앉게 한 원인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기재부의 당초 전망치와 실제 실현된 지표 간의 간극은 상당하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다가, 올해 7월 2.4~2.5%로 낮췄다. 당시만 해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18일이 돼서야 “올해 경제성장률이 2.0~2.1% 수준”이라고 하향 조정했다.
 
수출은 지난해보다 3.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올해 내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며 9월까지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640억 달러로 예상한 경상수지 흑자도 8월 말까지 340억 달러에 그쳤다. 민간 소비, 설비 투자 등도 정부의 당초 전망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빗나간 정부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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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고 근본적 성장세는 건전하다”(8월 문재인 대통령),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9월 문 대통령) 등 낙관론을 펼쳐왔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오판이 잘못된 정책 처방으로 이어지고, 결국 민간의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작년 말 2.6% 전망 ‘지나친 낙관’
IMF 한국 내년 성장 0.6%P 내려

실제 우리 경기는 2017년 9월을 정점(국가통계위원회 공식 판단)으로 2년 넘게 내리막이지만 정부는 지난 4월 처음으로 ‘경기 부진’(최근 경제동향 4월호) 진단을 내렸다. 그 사이 정부는 최저임금 2년간 29%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법인세율ㆍ소득세율 인상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쏟아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가라앉는 지표는 넘치는데, 청와대와 정부는 유리한 지표만 꼽아 통계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경제를 걱정하면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고, 안 좋은 지표는 ‘전 정권 탓, 외부 요인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의 ‘정책 오진’에 대한 민간의 학습효과로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고, 정책 효과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까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걱정은 앞으로다. 민간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점점 더 어두워져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2%로 지난 4월 전망(2.8%)에서 0.6%포인트나 내렸다.

주요 기관의 내년(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LG경제연구원은 “세계교역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도 우리 제조업 수출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한국 경제 성장세가 내년 1.8%로 올해(2.0%)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투자은행(IB) 중에는 모건스탠리와 BoA-메릴린치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각각 1.7%ㆍ1.6%로 내다보며 올해(1.8%)보다 더 나쁠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도 경기가 반등할 뚜렷한 계기가 보이지 않는 만큼, 경기 하강 국면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내지 하반기로 예상됐던 ‘경기 바닥’도 역시 시점이 미뤄지는 모습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재정지출을 조기에 집행한 여파로, 4분기에는 성장률이 더 나쁘게 나올 것 같다”며 “민간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고 미·중 무역갈등 같은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내년 성장률도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주요 부문의 정부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데, 정부 재정을 경제 성장률을 견인할 산업이나 연구개발(R&D) 방면에 투입해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