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장관과 김 차장 사이의 언쟁은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때 벌어졌다고 한다. 사건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대신해 순방 일정을 진두지휘한 김 차장이 외교부가 작성한 문건의 수준을 지적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이 외교부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이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들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우리말로 하다 막판엔 둘 다 영어로 다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 차장이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란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 4월 영어로 언쟁 인정
김현종, 외교부 문건 수준 지적
외교가 “김 차장 개입 늘며 갈등”
한편 강경화 장관은 이날 외통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관련 발언을 번복해 논란을 빚었다. 강 장관은 오전 11시15분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3차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중앙일보 9월 16일자 1면)가 오늘 있었다.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강 장관은 “그런 친서가 얼마 전에 있었다는 것은 저희가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히 설명을 들었다”고 답했다가 20분 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달 편지를 두 번 보냈느냐”고 묻자 “그렇다. 한 건에 대해서는 미국으로부터 충분히 브리핑을 받았고, 오늘 신문에 보도된 것은 저희가 확인해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는 미국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지만 비공개 친서는 언급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외교부는 강 장관의 답변이 언론에 보도된 후 “언론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평양 초청 친서와 관련해선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북·미 간 민감한 사항을 한국 외교부 장관이 확인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수습하려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강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5·24 조치 해제와 관련,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관계 부처가 검토 중”→“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등으로 말을 바꿔 혼선을 키웠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