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KDI는 '월간 경제동향'을 내고 "최근 한국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위축에 공급 측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0%까지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정부의 설명과는 다소 강조점이 다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물가 지수가 발표된 이달 3일 한국은행과 '거시경제협의회'를 열고 "저물가는 수요 측 요인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폭염 탓에 공급이 줄어 갑작스럽게 가격이 올랐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해는 작황이 좋아 가격이 크게 내린 것이 8월 소비자 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란 의미였다.
'수요 위축' 인정하면 소주성 실패 인정?
정부가 수요보다 공급 측 요인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데 따른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요 위축'을 인정하면 '소득을 늘려 수요를 증가시키면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다.
KDI "소매판매·소비자심리 하락, 수출 부진으로 수요 위축"
다만, KDI도 근원물가(농산물·국제원자재 가격 등 일시적 영향이 큰 품목을 뺀 기초적인 물가) 상승률이 0%대 후반으로 형성돼 있어 올해 말 이후에는 물가가 반등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현재 상황이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보는 정부 시각과 같다.
KDI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8월 근원물가는 지난달(0.9%)과 비슷한 0.8%를 기록했다"며 "일시적인 요인이 사라지는 올해 말 이후에는 소비자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