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주한미군사령부 개관식에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경제 회복’과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과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이 전 차장은 주장했다. 이 두 가지가 대가로 지불돼야 한·미 정상과의 회담, 9·19 군사합의 등을 통해 핵카드를 포기하고 재래식 무기를 감축하는 데 대내외적으로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 전 차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 내부 관리가 필요하고, 한편으로는 미국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도 있는 등 다목적 취지에서 (미사일 발사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차장은 “북한 군사 당국자들과 25년간 협상을 해온 경험에 비춰 9·19 군사합의가 이 정도까지 이뤄질지 큰 기대를 품지 않았다”며 “비무장지대(DMZ)에서 감시초소(GP)를 철거하는 건 김 위원장 외에 군부 어느 누구도 결단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쇄적 북한 체제에서 철거 GP를 상호검증한 것 자체부터 획기적이었다”며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재래식 군사위협을 해소할 의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차장은 또 "군사합의 조항을 보더라도 미사일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며 “미사일 문제는 남·북 또는 남·북·미가 협의할 이슈”라고도 말했다. 이는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를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지만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군 당국의 입장과도 같다.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가 완충 지역 수역에서 벌어진 포사격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명문상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 전 차장은 남북 관계 개선의 해법 중 하나로 비대칭적인 남북 간 경제력과 군사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이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경제력을 활용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줄이는 창의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 전 차장은 “북한의 위협 인식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심대하다”며 “북한은 세계 최강국 미국과 동맹국인 남한에 먹힐 수 있다는 논리에서 핵 미사일을 개발하고 12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차장은 “김 위원장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과 다른 지도자”라며 “이런 긍정적인 부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김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라는 세 명의 지도자가 있었기에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남북 군비통제 등 세 가지를 포괄하는 전략적 틀 속에서 9·19 군사합의가 나올 수 있었다”며 “이 세 가지를 세 명의 지도자가 있을 때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