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조희경의 행복 더하기(14)
지난주 스마트폰 메신저로 반가운 동영상이 배달됐다. 영상 속에는 노란 꿀벌 무늬 옷을 입은 남자 아기가 보행기에서 혼자 일어나 보려고 가느다란 두 다리를 힘껏 뻗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이는 한 손에 숟가락을 꼭 쥔 채, 누나의 손을 잡고 두 다리에 힘을 준다.
이 사랑스러운 아기는 우리 기관 일반인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후원자 부부의 아들, 시환이다. 올해 세 돌을 맞은 시환이는 선천성 심장병을 안고 태어나 불과 1년 전까지 대학병원에 장기입원해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음식을 입으로 먹을 수 없어 코에는 늘 관을 삽입해야 했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감염 우려 때문에 무균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가끔 아이의 엄마인 이혜연 후원자와 통화할 때면 그의 고된 삶에 나 또한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녔다. 그런데 몇 개월 만에 아이가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렇게 콧줄을 빼고 입으로 먹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합니다. 같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자의 메시지는 내게 기적과 같았다.
후원 어린이 기도에 고된 삶 위로받아
학원 제자들과 함께 후원 콘서트를 찾아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한국컴패션 일반인 홍보대사 10주년 행사 땐 대표 발표자로 섰다. 매달 20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감당해야 하면서도 2005년부터 3명의 어린이에게 보내는 후원금은 14년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았다.
오랜 기간 후원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는 후원 어린이들이 보내준 기도의 힘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편지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은 글귀는 '후원자님을 위해 기도합니다'라는 것이었어요. 그 기도에 힘입어 오늘까지 올 수 있었죠."
그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수 없지만 낙심될 때마다 후원 어린이를 보면서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생각했다”며 “내가 받은 감사의 제목을 붙잡았다”고 전했다. 후원 어린이의 기도에 고된 삶을 사는 한 후원자가 살아갈 힘을 얻었다니, 무엇이든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삶이 참으로 감사하다.
“나와 같은 장애 가진 아이 후원한 건 내 삶 최고의 일”
그는 2012년 말 TV에 개발도상국 가난한 어린이들의 삶을 보고 후원을 결심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일찌감치 구두닦이로 돈을 벌어야 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몇 해 전 그는 후원하는 아이를 만나러 과테말라까지 건너갔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동물원을 구경하고 한국에서 손수 준비해 간 운동화를 신겨주며 마음을 전하는 모습.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특히 “제 인생 최고의 일은 마리엘라를 후원하게 된 것”이라는 후원자의 마지막 말은 내가 들었던 어떤 고백보다 특별하게 느껴진다.
건강악화, 사업실패에도 어린이 손 놓지 않는 후원자들
매주 수요일 오전 직원 예배 말미에, 직원들은 올라온 기도 제목을 놓고 한마음으로 기도한다. 기도 내용은 후원자들의 사업과 취업, 건강, 가족 문제 등 다양하다. 저마다 팍팍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에 가끔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을 향한 그 마음 알기에, 감사함으로 때론 무거운 책임감으로 오늘도 후원자들을 마주한다.
조희경 한국컴패션 후원개발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