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늘어선 광고판이나 정치포스터 문구가 아니다. 지난달 28일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다. 급상승 검색어는 단시간 내에 얼마나 검색량이 증가했는가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 ‘날씨’처럼 꾸준한 검색이 이뤄지는 검색어는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반면에 이전까지 검색되지 않던 검색어는 조금만 검색해도 금세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조국 힘내세요’ ‘사퇴하세요’
‘보고싶다 청문회’ 단어 바꿔 전쟁
“특정 검색어로 여론 왜곡 우려”
일부 업체가 검색을 유도하는 퀴즈 마케팅을 도입하면서 이런 종류의 검색어 상위 순위를 장악하는 현상(실검 순위 도배)도 잦아지고 있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업체가 몇백원 내외의 상금이나 경품 추첨 기회를 미끼로 퀴즈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상품명이 실검 순위를 차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업체들은 선착순 조건을 걸어 짧은 시간 내에 검색량이 몰리도록 유도한다.
이를 두고 광고비를 들여 실검 순위를 조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직장인 정모(29)씨는 “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 실검 순위를 보는데 요즘은 기업 전용 광고판이 된 것 같다”면서 “피로감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실검 순위 경쟁이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12분 실검 순위(20위)에 등장한 ‘조국힘내세요’는 1시간여 만에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한 맞불로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이들이 움직이면서 ‘조국사퇴하세요’는 오후 5시20분 실검 순위에 등장한 뒤 1시간 만에 2위를 차지했다. 검색어 순위를 높이려는 쪽은 보통 소셜미디어와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작전’을 짠다. 급상승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정 시간을 정하고 일제히 검색하는 방식이다.
포털은 지난해 뉴스 댓글 순위를 조작해 여론에 영향을 준 ‘드루킹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실검 전쟁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털 측은 비속어나 특정인을 비방하는 검색어나 매크로(명령어를 반복 검색하는 프로그램)를 쓴 경우가 아니면 실검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검색어가 여론을 과대 대표하고 언론은 마치 이게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도하며 부추기고 있다”며 “여론조사 등 보다 정제된 방법으로 제대로 된 여론이 전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