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 중앙일보칼럼니스트
귀신도 모를 괴상한 일의 발생에 관한 궁금증은 조국씨가 예를 들어 “딸아이가 다니던 학교의 학부형인 단국대 의대 교수를 아내와 함께, 또는 아내가 찾아가 모종의 부탁을 했다” 같은 식으로 설명한다면 해소될 수 있다. 물론 그럴 경우 반칙을 써서 자기 딸에게 동년배 학생들에 비해 훨씬 유리한 스펙을 만들어 주었다든지, 저명한 교수라는 특권적 지위를 사용해 한국 의학계의 연구윤리와 논문 질서를 어지럽힌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 실정법 위반 혐의가 있으므로 검찰이 치고 들어가기 전에 먼저 수사를 자청하는 것도 책임지는 방법이다. 언감생심 법의 정의를 수호하고 공정한 법집행의 책무를 지닌 법무부 장관이 되겠다는 무모한 꿈과 위험한 시도는 포기하기를 권한다.
조국과 운명을 같이 하려다 보니
특권과 반칙을 현란한 말로 포장
의사·교수 사회 먹칠한 거짓 진보
그런데 지금 청와대와 민주당의 지도부, 그리고 ‘이니, 네 마음대로 해’라고 소리치는 소위 문빠 집단 등은 부끄러움도 없이 조국의 운명을 집권층의 운명으로, 나아가 나라의 운명과 동일시하는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망조라는 말 외에 딱히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렵다. 경기도 교육감 이재정은 페이스북에서 “조 후보의 따님의 경우 대학 교수의 지도 아래 현장실습을 한 것이고, 그 경험으로 ‘에쎄이’라는 보고서를 쓴 것이고, 당연히 제1저자다”“미국에서는 이런 보고서를 ‘에쎄이’라고 하는데 우리말이 적절한 말이 없어서 ‘논문’이라고 부른다”라며 조국을 옹호했다. 이 궤변은 장자의 “만물을 사랑하면 사물의 차별이 없어지고,천지도 하나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말장난이다”(잡편 천하)를 떠올리게 한다. 이재정은 조국 사랑이 넘쳐 그의 딸이 썼다는 실습 보고서(실제로 썼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지만)와 딸을 제1저자로 허위 기재해 미국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으로 등재시킨 ‘신생아 뇌병증’에 관한 고도로 전문적인 학술논문과의 차별을 없애 버렸다. 천지가 하나 되듯 교교 1학년생의 글과 한국의 전문의들이 고통스런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 겨우 올릴 수 있을까 말까한 SCI급 논문을 동일시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국민의 인식 수준을 개나 돼지로 여긴 것인가. 어디 이재정 뿐이랴. 청와대와 민주당 사람들은 법에도, 전례에도 없는 ‘국민 청문회’라는 이상한 물건을 만들어 조국을 기어이 법무부 장관에 앉히려는 모양이다. 이것이 2년 3개월된 문재인 정부의 정의이고 공정인가. 이는 커지는 메아리를 없앨 요량으로 소리를 더 크게 지르고 제 옆의 그림자를 떨칠 요량으로 더 빨리 달리는 일과 같으니 슬프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