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아직도 많은 환자가 선별 검사의 중요성을 알지 못해 병을 키운 다음 병원을 찾는 실정이다. 완치가 어려운 말기에 암을 발견하거나 이미 간 기능이 저하돼 치료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병원리포트-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 교수팀
비검사 그룹보다 종양 크기 훨씬 작아
이에 따르면 선별 검사를 받지 않은 그룹 중 절반(49.5%)은 검사가 필요한지조차 몰랐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39.6%)은 필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시간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검사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간암의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선별 검사로 초음파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간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절반 이상(56%)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선별 검사가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했다. 암 진단 시 선별 검사를 받아온 그룹의 종양 크기는 평균 3㎝로 선별 검사를 받지 않은 그룹(평균 7㎝)의 절반 이하였다. 종양의 크기가 작을수록 완치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종양이 혈관을 침범하거나(선별 검사 그룹 4.7%, 비선별 검사 그룹 27.1%) 다른 장기로 전이된(선별 검사 그룹 2.4%, 비선별 검사 그룹 13%) 비율도 선별 검사를 받은 그룹이 받지 않은 그룹보다 훨씬 적었다. 장은선 교수는 “선별 검사를 통해 간암을 조기에 진단하면 장기적으로 생존율을 향상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간암의 80%는 만성 간 질환이 원인인 만큼 B형·C형 간염, 간경변증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복부 초음파와 혈액 검사 등 정기적인 선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숙향 교수는 “만성 간 질환은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간 경변·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만성 간 질환자의 검진 기회를 넓히는 것은 의료재정 지출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대한암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