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버거는 중앙대생이라면 한 번쯤은 가보는 장소다. 캠퍼스 내에 자리 잡고 있어 애매한 공강 시간에 배고픔을 달래기 좋기 때문이다. 경영학과 13학번 이모(25)씨는 “다른 건물에 있는 맥도날드보다 싼 가격 경쟁력도 있지만, 위치가 제일 중요하다. 가까우니까 오게 된다”고 말했다.
[2019 대학별곡⑩]
지금의 어엿한 식당 모습을 갖추게 된 건 2016년 100주년 기념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2011년부터 카우버거를 담당해온 최선미 영양사는 “장소를 옮기면서 주방을 개선해 위생 관리도 강화했고, 무인 시스템과 주문 번호 표시 모니터가 있어서 학생들이 더욱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리도 시설도 바뀌었지만 가격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최 영양사는 “학교가 직영으로 운영하다 보니,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 학생 복지가 우선이어서 가격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싼 메뉴인 새우버거는 1100원이다. 치킨버거는 1400원, 치즈버거는 1500원이다. 최 영양사가 이곳을 맡을 때 가격 그대로다.
'9년 동안 재료값도 인건비도 올랐을 텐데 어떻게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최 영양사는 “기존 메뉴의 가격을 인상하기보다, 신메뉴를 개발해 손실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3200원 짜리 진저치킨버거가 최 영양사가 얘기한 신메뉴다.
최 영양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총장님이 쏜다’ 이벤트를 꼽았다. 2011년부터 학교에서 시험 기간 학생들을 위해 버거와 콜라 1500인분을 제공하는 행사다.
최 영양사는 “산처럼 쌓인 빵과 패티 사이에서 정신없이 조리하느라 힘들었지만, 학생들이 먹고 힘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신문방송학부를 졸업한 09학번 심모(28)씨는 “인기가 많았던 이벤트였다. 행사 시간까지 공부하며 기다리다가 햄버거를 받으러 갔는데, 이미 다 떨어져서 못 받았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가장 유명한 건 치즈버거에 해시브라운(감자를 잘게 썰어 튀긴 것)을 추가하는 방법이다. 1000원짜리 해시브라운을 시키면 두 조각이 나오는데, 하나는 버거와 함께 먹고 하나는 감자튀김처럼 따로 먹는다. 콜라는 500원이다.
최 영양사는 “이런 식으로 ‘내가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버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인기가 올라간 것 같다”며 “이후 TV 프로그램이나 기사에도 실리게 됐다”고 말했다.
최 영양사가 꼽은 카우버거의 장수 비결은 조리원의 헌신과 학생들의 사랑이다. 그는 “열심히 일해주신 조리원 분들과 카우버거를 아껴주는 중앙대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전해온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버거를 먹을 수 있도록 메뉴 개발을 열심히 해서 중앙대 하면 생각나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