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로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 조처를 한 지 꼭 한 달째다. 그 사이엔 비축 물량이 있어 큰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이제는 일본의 통제 수위에 따라 기업에 피해가 직결될 수 있다. 한마디로 칼자루를 쥐고 있던 일본이 실제로 칼을 휘두르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강경화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 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김현종 2차장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 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 결정 당일인 2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차장은 “정부는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 또한 ‘파기’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한국이 가진 가장 유효한 카드로, 협상 당사자들 입장에선 ‘파기’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소미아는 애초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전력적 포석이 구체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소미아는 단순한 대일(對日) 카드가 아니라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국이 최근 스탠드 스틸(stand still agreement·현상 동결 합의)이라는 ‘관여안’을 꺼내 들게끔 한 것도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언급한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에 의해 ‘지소미아 파기’단계까지 이르면 한·미 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