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 참의원 위해 '특별석' 마련한 일본 의회

중앙일보

입력 2019.08.01 14:34

수정 2019.08.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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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당시 이색 당선자로 주목을 받았던 신생 정치단체 ‘레이와신센구미’의 후나고 야스히코 의원과 기무라 에이코 의원이 1일 휠체어를 타고 첫 등원에 나섰다.

일본 ‘레이와신센구미’의 후나고 야스히코 의원(오른쪽)과 기무라 에이코 의원이 1일 휠체어를 타고 첫 등원해 본회의장에 자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두 의원은 중증 장애인으로 원내에 진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루게릭 환자인 후나고 야스히코 의원이 1일 일본 도쿄 의사당 앞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후나고 의원은 손발을 움직일 수도,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2002년 전신 마비 상태가 됐고 현재 치아로 센서를 물어 컴퓨터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고 있다.  

뇌성마비 환자인 기무라 에이코 의원이 1일 휠체어를 타고 일본 도쿄 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무라 의원은 생후 8개월 때 보행기 사고로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뇌성마비 환자인 기무라 에이코 의원이 1일 휠체어를 타고 일본 도쿄 의사당에 도착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두 의원이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의사당 앞에 도착하자 많은 기자가 몰려들었다. 이 두 의원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의회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청사로 들어갈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탄 기무라 에이코 의원이 1일 슬로프를 이용해 일본 도쿄 의사당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먼저 이들은 본청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 위에 설치된 슬로프를 이용했다. 참의원 사무국이 두 의원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루게릭 환자인 후나고 야스히코 의원이 1일 휠체어를 타고 일본 도쿄 의사당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사무국은 큰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두 의원을 위해 좌석을 본회의장 출입구 근처에 배정했다.

일본 ‘레이와신센구미’의 후나고 야스히코 의원(왼쪽)과 기무라 에이코 의원이 1일 휠체어를 타고 첫 등원해 본회의장에 자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관례상 초선 의원들은 회의장 앞쪽 좌석부터 배정받는데 이들의 출입을 배려하기 위해 다선 의원들이 앉는 맨 뒷줄에 좌석을 마련했다. 

일본 참의원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본회의장에서 중증장애인 후나고 야스히코 의원과 기무라 에이코 의원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약 750만원의 비용을 들여 기존 3인용 좌석을 2인용으로 개조했고, 이들의 의료 기기와 개인용 컴퓨터 사용을 위한 전원도 설치했다.
이 외에 참의원 측은 두 의원을 위해 의사당 내 다목적 화장실 증설을 검토하고 있고, 의원회관의 사무실도 출입이 편한 저층으로, 그리고 다목적 화장실에서 가까운 곳으로 배정키로 했다.  

일본 ‘레이와신센구미’의 후나고 야스히코 의원(가운데)이 지난달 21일 참의원 선거 직후 당선이 확정된 뒤 축하 행사에 자리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일본 ‘레이와신센구미’의 기무라 에이코 의원(왼쪽)이 지난달 22일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축하 행사에 자리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어렵게 원내 진입과 등원에 성공한 두 의원은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후나고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간병인을 통해 “약하게 보이지만 근성만은 남보다 두 배”라면서 장애인을 대하는 방법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고, 기무라 의원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장애인의 한 표 한 표가 마음에 와 닿고 있다. 열심히 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