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직장 괴롭힘 최고 10년형…노르웨이 과로 방치도 위법

중앙일보

입력 2019.07.15 00:08

수정 2019.07.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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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내일 시행

호주 법무부에서 공개한 브로디법 관련 유튜브 동영상 캡처. [사진 호주 법무부]

“모두 끝났어. 할 만큼 했어.”
 
호주 멜버른 근처의 호손 지역 카페에서 일하던 19세 여성 종업원 브로디 판록은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2006년 9월 주차장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 같은 카페에서 일하던 남성 직원들에게서 브로디는 지속적인 학대와 괴롭힘을 당했다. “뚱뚱하다” “못생겼다”와 같은 말을 듣는 것은 예사였다. 직원들은 생선기름을 모아 브로디의 머리와 옷, 가방 등에 부었다. 이름 대신 ‘매춘부’라 부르는 일도 잦았다.

외국에선 어떻게 처벌하나
스웨덴, 94년 금지법 처음 마련
프랑스, 가해자가 결백 입증해야

브로디를 괴롭혔던 직원들은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돼 각각 1만~4만5000달러(약 1200만~53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브로디가 일했던 카페 사용자에게는 ‘안전한 직장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2만 달러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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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론은 벌금형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호주는 브로디의 자살 사건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는 내용의 법안을 2011년 통과시켰다. 이른바 ‘브로디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는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이슈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호주뿐만 아니라 영국·프랑스·노르웨이·벨기에 등 주요 국가에서도 강한 수준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안이 마련돼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마련한 국가는 스웨덴이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스웨덴은 1994년 세계 최초로 ‘근로자에게 부당한 괴로움을 주는 모든 행위’를 괴롭힘으로 정의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정보를 직원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처벌 규정이나 사용자 의무가 비교적 약해 최초로 법안을 마련한 것에 비해 법의 엄격성이 높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5년 관련법을 마련한 노르웨이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 무거운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노르웨이는 개인 간의 괴롭힘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과다한 업무로 괴로움을 겪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도 위법으로 본다. 또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를 조사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는 안전담당자와 근로환경위원회 등을 따로 둬야 한다. 괴롭힘 사실이 인정되면 가해자뿐만 아니라 사용자까지 최대 2년형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벨기에와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달리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입증할 책임이 가해자에게 있다.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의 근거를 제시하면 가해자가 ‘괴롭히지 않았다’고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