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 5년 차인 이모(32)씨는 올여름 반바지를 입을 수 있을지 회사 선배에게 물어봤다가 이런 답변을 받았다. 이씨가 다니는 회사는 규정상 반바지를 허용하고 있지만 아무도 입지 않는다고 한다. 이씨는 “얼마 전 부장이 출퇴근 반바지 착용 관련 논란을 보고 ‘저건 좀 아니지 않냐’고 말하는 걸 보고 올해도 반바지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체육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박모(37)씨는 용기를 내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가 ‘호출’을 당했다. 이 학교 교감은 박씨에게 “엄연한 직장인데 너무 편하게 다닐 생각 하지 말라”고 나무랐다. 이후 박 씨는 교장실까지 가서 반바지를 입고 온 이유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고 한다.
반바지 전도 나선 공공기관
창원시도 3일 시장이 직접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해 시선을 끌었다. 창원시는 7~8월 매주 수요일을 ‘프리 패션 데이’로 정했다. 이날 직원들은 반바지를 포함해 자율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다. 수원시는 8일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를 열어 반바지 복장 정착을 독려하기도 했다.
현실에서 반바지는 판타지
해당 기업 중 한 곳에 다니는 양모(34)씨는 “반바지는커녕 화려한 무늬의 셔츠를 입었다가 선배에게 지적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점심시간에 가까운 옷가게에서 면 셔츠를 사 갈아입어야 했다.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A씨(31)는 “보수적인 공무원 분위기도 있고 민원인 등 다른 사람 눈도 있으니 반바지 착용은 웬만한 용기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매년 6∼8월 반바지와 샌들 차림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12일 오전 지하철 1호선 시청역은 출근하는 직장인으로 붐볐지만, 이들 중 반바지를 입은 남성이 시청사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업무와 관련 없어 vs 의복 예절도 문화
서울 동대문으로 출근한다는 김모(29)씨는 “반바지 차림을 보기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밀어붙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며 “의복 예절도 하나의 문화인 만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다는 이모(54) 씨는 “복장은 때와 장소에 맞게 입어야 한다”며 “통풍이 잘되게 한 소재의 긴바지 등 대안이 있는 만큼 굳이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옷은 입지 않는 편이 좋다”고 주장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