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칭가스는 순도 99.999%인 ‘고순도’ 불화수소다. 화학적으로 뜯어볼 때 불화수소는 불소·수소 원자가 하나씩 붙어있는 구조다. 물과 잘 섞이는 특성을 가진다. 사람이 가스 형태로 들이마셨을 때 체내 폐·기관지에 있는 수분과 만나 독성물질인 ‘불산’으로 변해 폐 등에 염증을 일으킨다. 심할 경우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화학무기, 저순도로도 제조 가능
“아베, 사린 트라우마 여론전 의도”
하지만 위에 언급한 불화수소가 ‘고순도’ 불화수소란 데서 근거 없는 주장이란 얘기가 나온다. 솔브레인 등 국내 업체가 저순도(순도 97% 안팎)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업체도 저순도 불화수소를 만든다. 그런데 이 저순도 불화수소로도 충분히 생화학 무기나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 측 주장에 따르더라도 쉬운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일부러 어려운 길을 돌아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과거부터 독가스를 만들거나 우라늄을 농축할 땐 저순도 불화수소를 사용해 왔다”며 “굳이 비싼 데다 구하기도 어려운 일본산 고농도 불화수소를 해당 목적으로 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불화수소를 화학무기 제조에 쓴다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반도체 회사 관계자는 “수입 원료 중에서도 불화수소 같은 독성물질은 주문량·입고량을 완벽하게 대조한다”며 “불화수소가 외부로 흘러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사린가스를 언급한 건 사린가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트라우마’를 국내 여론전에서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 1995년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를 저지를 때 사용했다. 당시 테러로 13명이 숨지고 5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군이 화학무기로 사용한 바 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