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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이트 국가 제외’ 찬성 98%…똘똘 뭉친 일본의 혼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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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 일본 경제산업성은 무역 규제상의 우대 조치 대상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는 방안에 대해 인터넷상 여론조사(퍼블릭 코멘트)를 지난 1일부터 실시 중이다. 조사는 24일 끝난다.

경제산업성 여론조사 찬성 압도 #NHK는 ‘적절’ 45% ‘부적절’ 9% #야당 대표도 “싸운다면 지지마라” #소니, 반도체 조달처 다변화 검토

9일 TV 도쿄 보도에 따르면 첫 1주일 동안 올라온 6300건 중 찬성 의견이 98%인 6200여 건이었다. 반대는 60건. TV 도쿄는 “정책과 관련해 의견을 묻는 ‘퍼블릭 코멘트’에 의견이 이렇게 쇄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2. 일본 정론지의 한 논설위원은 “전자판 유료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70~80% 정도가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 더이상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입장에 동조하거나 “일본이 화가 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특히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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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TBS 계열의 뉴스네트워크 JNN이 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조치가 ‘타당하다’는 응답이 58%, ‘타당하지 않다’는 24%였다. NHK 조사에서도 ‘적절하다’는 응답이 45%, ‘부적절하다’는 9%였다.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37%였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일본 소식통은 “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국민 70%가 지지해온 결과와 비교하면 ‘타당’ ‘적절’ 응답이 다소 낮지만 전체적으론 긍정 반응이 우세하다”고 했다.

#4. 참의원 선거(21일)를 코앞에 둔 야당도 무시할 수 없는 국민 여론이다. 지난 7일 후지TV의 ‘당수 토론’에 나온 야당 대표들도 아베 총리의 이번 조치에 반기를 들지 못했다.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대표는 “일단 (싸움을)하기로 했으면, 또 WTO(세계무역기구)에서 다툰다면 절대로 지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 우호적이던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도 “신뢰관계가 손상됐다면 (한국에 대한) 우대 조치를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5. 일본 경제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經團連)의 ‘넘버 2’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노무라홀딩스 회장) 심의위원회 의장은 9일 “한국과의 분쟁은 우려스럽지만, 이번엔 한국이 너무 고집스럽다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한국과의 협상에 대해선 “정권과 정치권에 맡길 일”이라고 거리를 뒀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아베 총리 등 정치권에 압박을 가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소니의 컴퓨터 사업 부문이 독립한 ‘VAIO’(바이오)가 한국 이외의 반도체 조달처를 검토할 예정이라는 기사도 10일 나왔다.

수출 규제 조치가 발표된 뒤 한국에선 그동안 “일본 국내에서도 아베 총리의 조치가 비판받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처음엔 일본에서도 “자유무역에 앞장서온 일본이 취해선 안 될 조치”등 비판적 주장이 강했다. 하지만 일반 여론이 확인되면서 그 같은 논조는 약해지고 있다. ‘약속을 안 지키는 한국을 어떻게 믿느냐’는 아베의 말이 더 힘을 얻고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이 뭉치고 있다. 한국과의 분쟁 장기화에 대비하는 양상이다. 아베가 힘을 얻는 일본 앞에서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차분하게 노력해 나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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