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엔 “국제법 위반한 정치적 보복 성격”
10여 분만에 수위 조절한 표현 내놓아
청와대는 당초 배포한 자료에서는 일본의 조치에 대해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정치적 보복 성격으로 규정했다”고 했다가 26분 만에 “보복적 성격의 수출 규제”라고 수정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사실상의 ‘무대응 원칙’에 따라 일본의 조치에 대한 정면 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강제징용에 대한 사법 판단을 경제에서 보복한 조치라고 명백히 판단한다”고 공개 발언한 걸 기점으로 대응 방식의 변화가 감지됐다. 일본은 이날부터 실제 수출 금지조치에 대한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국가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NSC가 무역과 관련 사안을 공식 안건으로 논의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가 이번 문제를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닌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규정한 ‘보복’이라는 표현 역시 이례적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첫 보도자료 배포로부터 1시간 여 뒤 문자를 보내 '외교적 대응 방안'으로 ^ WTO 제소를 포함하고 ^일본 조치의 부당함과 자유무역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 등을 주요국에 설명하겠다는 걸 예로 들었다.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한데 대해선 "아베 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일본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대한(對韓) 경제 제재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답한 게 사실상 '보복적 조치' 인정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2일 김상조 정책실장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홍남기 부총리와 함께 삼성전자의 이견을 청취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국가 외교와 안보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김 차장이 나선 것”이라며 “김 차장이 통상전문가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전했다. 김 차장은 NSC 회의의 멤버이기도 하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