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29)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으로서 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복지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국가에서는 전통문화라는 이름으로 반려동물의 고기를 먹는다. 동물복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가혹 행위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도 반려동물 식용문제에서는 국제적인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우며 사회적인 이슈로도 남아있다.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과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동물 관련 단체의 노력으로 식용 인구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선 개고기를 예로부터 영양탕으로 즐긴 전통음식이라 주장한다. 특히 더운 여름철 복날에 몸을 보양하는 데 그만이라는 것이다. 복날의 ‘복(伏)’자에 개 ‘견(犬)’자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갖다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억지에 불과하고 복날과 개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복날은 금 기운이 가장 타격받는 날
십간(十干) 중에 경(庚)은 금(金)을 나타내기에 더위가 한창일 때의 경일(庚日)을 복날로 정한다. 태양이 가장 북쪽으로 위치하는 하지(夏至)가 지난 뒤 세 번째 경일을 초복(初伏), 네 번째 경일을 중복(中伏)이라 한다. 말복(末伏)은 가을의 문턱인 입추(立秋)가 지나고 첫 번째 경일로 정했다. 따라서 올해는 하지가 6월 22일이기 때문에 7월 12일(庚戌)이 초복, 7월 22일(庚申)이 중복, 8월 11일(庚辰)이 말복이 된다.
복날에 몸을 보양하는 음식은 기운이 억눌린 경일에 힘을 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먹어오고 있는 것뿐이다. 경일 기운이 엎드린다는 복날의 ‘복’자를 개 ‘견’자와 연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반려동물의 식용문화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식용금지는 국제사회의 요구이며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매년 중국 남부의 광시(廣西) 성 위린(玉林) 시에서 하지를 기점으로 열리는 개고기 축제엔 수년 전부터 세계의 동물보호단체와 동물애호가들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위린 시는 예부터 하짓날에 개고기를 먹는 관습이 있다. 2009년에는 시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 축제를 지역의 공식 행사로 지원하기도 했다.
축제가 열리는 10일간 1만 마리의 개가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그 수도 많지만, 도살 과정은 생명체로서의 가치가 무시되는 잔인한 방법이 일반적이다. 올해도 이러한 충격적인 실상이 각종 매체를 통해 국내에 많이 알려졌다.
중국은 반려동물의 대국이다. 2000년대부터 경제발전과 함께 출산율 감소와 중산층의 증가로 반려동물 수가 급증하고 있다. 개는 3000만 마리, 고양이는 6000만 마리에 근접하고 있어 세계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등록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반려동물 산업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이라는 개념도 강해져 개고기의 소비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라 한다.
반려동물의 식용문제와 동물 학대는 동전의 양면이다. 비용절감을 위한 좁은 공간에서의 밀집 사육은 동물을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한다.
대만, 개의 도살 금지 명문화
신남식 서울대 명예교수·(주)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