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이 더디거나 상황이 나빠지면 금리인하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 정부와 함께 경기 부양을 위해 돈줄을 풀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기존의 입장과는 달라진 뉘앙스다. 이 총재는 그동안 통화정책 완화(금리인하)를 주문하는 안팎의 목소리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선을 그어 왔다.
미·중무역 분쟁, 수출 감소 먹구름
기존 “아직 때 아니다”서 변화
이르면 8월 금리 내릴 가능성
일각 “선제적 인하 타이밍 놓쳤다”
◆Fed 조기 금리인하 전망도 영향=한은이 금리인하의 적절한 시점을 놓쳤다는 ‘실기’ 논란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간의 기준금리 동결로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보다 낮아지는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선제적인 금리인하 타이밍은 놓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 부담을 경감할 금리인하를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향한 문을 좀 더 연 것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방증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세계 교역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더딜 수 있다는 전망에 수출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빨리 정책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한은에 운신의 폭을 넓혀 준다. 영국의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는 Fed가 올해 두 차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했다. 현재 Fed의 정책금리(연 2.25~2.5%)는 한은의 기준금리보다 최고 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Fed가 먼저 금리를 내리면 그만큼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줄어든다. 한은으로선 뒤따라 금리를 내릴 때 부담을 덜 수 있다. 오는 18~1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논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은은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다음달 중순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은이 현재 2.5%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낮춘 뒤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와 재정집행 효과에 따른 경기 상황을 살펴본 뒤 한은이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인하 시사) 발언에 홍 부총리가 가세하며 금리인하 논란은 뜨거워졌다”며 “8월에도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