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일 당정 협의를 갖고 이런 내용의 주세(酒稅)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엔 주류 과세체계를 기존 종가세(가격에 비례해 과세)에서 종량세(양과 도수에 비례해 과세)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맥주ㆍ탁주(막걸리)는 종량세를 적용하고 소주는 종가세를 유지하는 게 골자다. 1969년부터 유지한 종가세 체계를 50년 만에 바꿨다.
정부는 국산 생맥주ㆍ병맥주 세금이 올라도 캔맥주 세금이 내리기 때문에 맥주 업계가 술값을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종량세로 바뀐 뒤 생맥주ㆍ병맥주 가격을 유지할지는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와 과세 체계가 다른 수입 맥주는 전체적으로 세 부담이 오를 전망이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일부 고가 수입 맥주는 오히려 세 부담이 내리는 등 종류별로 세 부담에 차이가 있다”며 “맥주 시장 경쟁이 치열한 데다 수입 맥주를 들여오는 국내 업체(OBㆍ하이트ㆍ롯데)가 술값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4캔에 만원’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걸리엔 L당 41.7원을 적용한다.
맥주ㆍ막걸리에만 종량세를 적용하면 종가세를 유지하는 증류주(소주ㆍ위스키 등)는 술값 인상에 비례해 세 부담이 늘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세율을 매년 물가에 연동해 조정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세 개편에 따라 연간 세수는 약 3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김병규 실장은 “종량세 전환으로 수제 맥주 업계가 활성화하고 다양한 고품질 맥주ㆍ막걸리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세 개편안에 대해선 술 종류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소량 다품종’ 생산 구조인 수제 맥주는 원가가 높아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격 기준으로 매기는 종가세가 아닌, 양에 비례해 매기는 종량세를 적용하면 술값을 내릴 여지가 커진다. 막걸리는 주세가 다른 주종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라 종량세 전환에 부담이 크지 않다. 수입 주류와 경쟁하는 관계도 아니라 대부분 종량세 전환에 찬성한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는 종가세를 유지해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고급 소주를 만드는 쪽은 입장이 다르다. 프리미엄 증류 소주를 만드는 '화요'의 조태권 대표는 “종가세를 유지하면 좋은 재료를 사용한 고급술을 만들려 하지 않는 희석식 소주 기업만 배를 불리게 된다”며 “소주에도 종량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당정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주세법 개정안을 담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