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협상 의지를 분명히 한 가운데 현재의 교착상태를 해소할 창조적 해법에 대해 중앙일보와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가 이날 제주포럼에서 연 ‘한반도 비핵 평화를 위한 창조적 로드맵’ 세션에서 전문가의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한반도 비핵평화 창조적 로드맵 세션
갈루치 “톱다운 협상은 좋지않아”
윤영관 “북·미 상설협의체 필요”
박명림 “평양연락사무소 검토를”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추동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에서 요구한 제재 해제 또는 완화 카드를 적절히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영변 플러스 알파(α)’의 핵미사일 시설 폐기를 위해 개성공단 재개 카드를 중요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재개는 김 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언급할 정도로 제재 완화의 효과가 크고 (제한된 지역이기 때문에) 감시가 용이하며 다른 제재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에서였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북한을 국제사회 체제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핵 사찰을 수용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한·미·일이 동시에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의 대상과 범위, 시기 등을 포함한 로드맵을 만들자고 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를 당장 실천하라는 것으로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폐기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한 뒤 이후 실행은 미국의 상응조치에 맞춰 하면 된다는 점에서 향후 충분히 타협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20년 이상 비핵화 협상이 실패했던 경험을 감안할 때 북한이 구체적인 로드맵을 약속하도록 한·미가 공동 보조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갈루치 미국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에 대화를 요청했을 때 북한이 답을 하는지도 의문”이라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협상을 희망하는데 이런 점에서 현재와 같은 톱다운 방식의 협상은 좋은 생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향후 실질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선 실무협상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앞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세션에 참석한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하노이를 기점으로 김 위원장이 요구한 ‘영변 핵시설 폐기 대 제재 해제’는 가능한 옵션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북·미가 초기 신뢰 구축 조치로 북측은 영변 외 은닉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공개, 전면적인 핵물질 생산 동결 등을 허용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의 외화·원유 수입 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부분적 제재 완화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남정호 논설위원, 차세현·이영희·이유정 기자 nam.je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