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최근 신임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를 내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다음 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될 예정”이라며 “내년 총선 전략 수립, 공천 경선 여론조사 등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전략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한 대표적 친문 인사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여론조사비서관으로 일했다.
여기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그동안 당의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여론동향을 파악하는 기능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최측근인 양 원장이 취임한 이후 내년 총선전략 수립과 홍보 메시지를 기획하는 베이스캠프로 기능을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 14일 양 원장의 취임 일성도 “총선 승리의 병참기지 역할”이었다. 부원장은 민정비서관을 지냈으며 친문 강경파로 분류되는 백원우 전 의원이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민주당 홍보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당내 입지를 넓혀나감에 따라 당청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고 ‘원팀’ 기류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과거처럼 청와대가 친문 라인을 통해 직ㆍ간접적으로 총선 공천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제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중진들은 당 총선공천제도기획단이 공천 룰로 확정한 현역의원 전원의 경선 방침과 친문 인사들의 잇따른 복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정치 신인에게 최소 10~20%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반면 현역 의원은 의정활동 평가 등에서 감점을 받을 수도 있어 내년 공천에서 현역 의원이 대폭 물갈이 대상이 되거나 경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걱정이 퍼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청와대 출신과 전직 장·차관 그리고 공기업 출신 등 40여 명의 정치 신인이 당 안팎에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민주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내년 선거는 문재인 정부 3년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방패로 내세울 만한 게 새로운 얼굴을 내세워 승부수를 띄우는 정도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비문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고 했고 이인영 원내대표도 주류, 비주류의 칸막이를 뜯어내야 총선에서 이긴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인 비문, 비주류 공천 학살이 있게 된다면 당 자체가 두 쪽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