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대북 식량지원 관련 각계각층 의견수렴 간담회’를 열고 북한의 식량부족 상황과 향후 민·관의 대응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간담회에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국내 7대 종단 연합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등 대표적인 남북교류·대북지원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민화협, 북민협, 종교단체 등도 식량지원 재개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제까지 식량을 제공해야 한다는 기준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WFP의 북한 식량안보 평가보고서가 5∼9월을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적시하고 있다”며 “그런 평가를 토대로 (정부에서도) 5∼9월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WFP는 최근 북한 식량안보 평가보고서에서 “적절하고 긴급한 인도적 행동이 취해지지 않으면 춘궁기(lean season)인 5∼9월에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남북관계 복원과 비핵화 협상 동력 마련을 위한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외교라인을 통해 미국과도 교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이 어떤 식으로 호응할지에 대해선 고심하는 분위기다. 북한은 12일 대남 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움직임에 대해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라고 깍아내렸다. 북한은 이날 오후엔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이 지난 9일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억류한 데 대해 “불법무도한 강탈행위”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는 높은 수위로 대미 비난에 나섰다. 북한이 화물선 억류를 빌미로 또 군사 도발 등 대결 기조로 나올 경우 정부 차원의 식량 지원 타이밍은 점점 시기를 놓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홍걸 민화협 상임대표의장은 “정부가 식량지원조차 주저한다면 북한으로선 자신들을 고사시키고 백기투항을 받아내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비핵화 협상도 더 어렵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기범 북민협 회장도 “WFP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 영유아 5명 중 1명은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발육 부진이 우려된다”며 “식량 부족은 갈수록 악화할 걸로 보여 민간단체라도 즉각적인 식량지원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대북 제재로 밀가루와 옥수수만 제한적으로 지원됐는데 앞으로 쌀 지원이 가능해지면 북한 취약계층의 영양 상태가 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