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향방에 대한 토론은 더욱 뜨겁다. 아이언맨ㆍ캡틴 아메리카ㆍ토르 등 지금의 MCU를 이룩한 초대 어벤져스의 주축 멤버들이 ‘엔드게임’을 끝으로 작별을 고했기 때문이다. ‘엔드게임’은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국내에서는 개봉 17일 만에 1200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외화 흥행 순위 2위에 올랐고, 글로벌 수익은 10일 기준 23억 달러(약 2조 7000억원)를 넘어서 2009년 ‘아바타’가 기록한 28억 달러를 넘보고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서 활약한 로다주
현실 결합된 애드리브로 몰입감 높여
데뷔 50년만 아카데미 수상할까 기대
‘아이언맨’ 등 출연작 10편 다시보기도
여기에 ‘엔드게임’의 장례식에 참석한 ‘아이언맨3’의 시골 소년 할리(타이 심킨스)를 지지하는 이들과 2016년 제작진이 공개한 15세 흑인 여성 리리 윌리엄스가 연기하게 될 아이언 하트를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물론 ‘아이언맨4’를 기다리는 팬들도 적지 않다. 마블이 발표한 2019~2021 라인업에는 포함돼 있진 않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 애드리브는 오늘날 MCU를 만드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됐다. 마블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그 대사는 이후 우리의 모든 영화에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마블 코믹스라는 걸출한 원작이 있지만 영화가 원작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또 이를 각색하고 진화하고 변화시키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던져준 셈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자신의 모습을 아낌없이 아이언맨에 투영하면서 캐릭터와 교집합을 늘려나갔다.
극 중 토니 스타크의 딸로 등장하는 모건 스타크 역시 치즈버거를 먹고 싶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언맨과 로다주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겠는가. 모건의 명대사 “3000만큼 사랑해” 역시 로다주의 딸 에브리 로엘 다우니가 평소 자주 하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 11년간 10편의 마블 작품에 출연하며 완벽하게 아이언맨 캐릭터에 녹아든 로다주는 타고난 순발력과 재치를 발휘해 숱한 애드리브와 즉흥연기를 남겼다.
그러니 마블 팬들이 로다주의 모든 인터뷰를 찾아서 꼼꼼히 읽고, 이를 토대로 해석 영상을 만들고, 서로 돌려가며 반복재생할 수밖에. 그중 하나라도 놓치면 ‘아이언맨’ 1~3편을 다시 보고, 그러다 ‘어벤져스’ 1~4도 다시 보며 날밤 새우는 날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엔드게임’은 아이언맨을 비롯한 1세대 히어로들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갖춘 결과물임이 틀림없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와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아 여전히 주변을 빙빙 맴도는 셈이다.
기왕이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스카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루소 형제의 주장처럼 현실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아카데미가 히어로 영화에 유독 박하긴 하지만, ‘엔드게임’에서 그의 연기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냈는지를 부정할 수는 없을 터. 그가 아이언맨으로서 지내온 11년은 괴로움과 번뇌의 연속이자 깨달음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 수트가 업그레이드된 만큼 그의 내면도 자라났을 것이다. 그 정도면 모두가 행복하게 그를 놓아줄 수 있지 않을까. 잘 가요 아이언맨, 그리고 더 멋진 로다주로 돌아와 줘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