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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블앓이'에···마블 측 "영화에 한국인 캐릭터 늘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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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역대 최고 사전 예매(230만 장), 역대 최단기간 100만 관람객 돌파(4시간30분), 역대 최다 일일 관람객(166만 명)….

‘어벤져스’ 콘텐트·캐릭터의 힘 #원팀 중시, 가정의 달 5월에 딱 #옷·음료 등 전 업종서 캐릭터 활용 #마블 “한국, 국가별 팬 비율 높아 #영화 속 한국인 캐릭터 늘릴 계획”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얘기다. 5월 황금연휴에도 대한민국의 ‘마블 앓이’는 이어졌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4일 관객 수 89만9974명, 누적 관객 수 1008만6510명으로 개봉 11일째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누적 매출액은 871억원 규모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8명의 수퍼히어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캐릭터 상품도 구입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8명의 수퍼히어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캐릭터 상품도 구입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콘텐트 상품’으로서의 실적은 어떨까.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어벤져스는 2일(현지시간) 기준 북미에서 4억5235만 달러, 해외에서 12억1180만 달러 등 총 16억6415만 달러(약 1조9400억원)를 벌어들였다. 제작사인 마블 스튜디오가 공개한 어벤져스 제작비는 3억5600만 달러(약 4150억원), 마케팅비는 2억 달러(약 2300억원) 수준이다.

영화업계에서 흔히 제작비의 두 배를 ‘손익분기점’으로 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률이 45%(마케팅비 제외 시 57%)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영업이익률이 8.3%, ‘역대급’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이 5.9%란 점을 고려하면 어벤져스 실적은 ‘대박’이다.

5월 내수시장도 어벤져스 ‘광풍’에 올라탔다. 유통·통신·패션·식음료 등 전 업종에서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에 한창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5월은 유통업계 대목인 가정의 달인데 캐릭터가 여럿 등장해 ‘원팀’으로 움직이는 마블 영화 분위기와 어울린다”고 말했다. 한국의 마블 앓이에 대해 마블 측은 “국가별 마블 팬 비율을 따져보면 한국 팬 비중이 월등히 높다”며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인 캐릭터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블은 영화 주요 시리즈 촬영지로 한국을 택하는 등 ‘친한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통신·패션·음료 등 전 업종에서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중앙포토]

유통·통신·패션·음료 등 전 업종에서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중앙포토]

마블의 성공 비결은 ‘캐릭터’의 힘으로 요약된다. 만화 제작사였던 마블은 1990년대 파산 위기를 맞았다. ‘엑스맨’은 20세기폭스사, ‘스파이더맨’은 소니픽처스로 넘기며 연명했다. 그런데 헐값에 넘긴 만화 캐릭터가 영화로 제작되면서 막대한 수익을 내자 깜짝 놀란다. 남은 ‘B급’ 캐릭터가 어벤져스에 등장한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이다. 마블은 이 캐릭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 거대한 시리즈물을 제작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절치부심 끝에 2005년 메릴린치로부터 5억2500만 달러를 빌려 영화 ‘아이언맨’을 제작했고, 2008년 흥행에 성공하며 부활했다.

재도약의 전기를 맞은 건 2009년 디즈니가 40억 달러에 마블을 인수하면서다. 든든한 ‘전주(錢主)’일 뿐만 아니라 캐릭터 왕국이기도 한 디즈니가 마블에 투자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한 편만으로 2조원을 벌어들이는 등 지난해까지 출시한 영화 20편만으로 전 세계에서 37억3700만 달러(약 4조2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영화뿐 아니라 케이블 TV와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수익, 오프라인 완구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낸 부가 수익은 별도다.

강유정(영화평론가) 강남대 국문과 교수는 “어벤져스는 영화로서 가장 완벽한 ‘상품’”이라며 “만화 캐릭터도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으로 잘 가공하면 훌륭한 콘텐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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