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45)
“두원아, 네가 크면 어떤 집을 짓고 싶어?”
“음, 난 벽돌로 이층집을 지을 거야. 1층에는 멍멍이, 닭, 고양이, 낙타 방을 만들 거고, 2층에는 우리 방과 아이 방이 있을 거야. 난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을 거야.”
“그럼 엄마는? 어떻게 엄마 방이 없네?”
“아, 엄마는 아빠하고 살아. 뭐하러 나하고 살려고 그래? 아빠하고 따로 살아야지!”
중견기업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변호섭(48) 씨는 지난주 가족을 태우고 여행을 가던 중 아내와 어린 아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결혼이 늦어 이제 여덟살인 아들과 아내가 나눈 대화였는데, 아내가 내심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실제로 아들한테 ‘차인’ 아내는 그날 이후 남편을 더욱 살갑게 대한다. 변 씨 아내는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아들의 말에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리고 ‘역시 남편밖에 없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평대 실버타운 보증금 3억원
현재 앞으로 20년쯤 지나면 아들은 결혼해 독립할 것이다. 결국 부부만의 노후생활이 될 것 같아 거주 문제도 고민해 보았다. 부부가 함께 귀농하는 것도 생각했다. 낭만적이긴 하지만 둘다 도시 출신이어서 현실적으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부부가 눈을 돌린 곳이 실버타운이다.
서울 도심에 있는 실버타운을 알아보니 부부가 20평대 시설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3억원의 보증금(주거 시설과 부대시설 이용에 대한 보증금, 이용하는 동안 인상은 없고, 퇴소 시 전액 환급)이 필요했다. 매월 주거비와 식비로 180만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매년 물가상승에 따라 변동된다.
앞으로 20년 동안 3% 정도의 물가가 상승한다는 기준으로, 지금보다 거의 두 배의 비용이 필요했다. 보증금은 지금 사는 집으로 얼추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월 지불할 금액이 조금 부족할 것 같아 새로운 연금상품에 가입했다. 변 씨 아내는 이를 ‘실버타운 플랜’이라고 명명하면서 매우 즐거워했다.
은퇴 후 자식과 함께 살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모는 자녀에게 부담되기 싫고, 자녀 또한 결혼 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의 입장에서는 캥거루 자녀, 황혼 육아 등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수요에 맞춰 다양한 노후 주거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버타운은 은퇴한 60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후의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도록 주거, 의료, 식사, 건강관리 및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입주형태는 분양형과 임대형이 있는데, 매월 관리비와 생활비를 부담해야 한다.
분양형을 선택할 때 주의할 점은 기존의 주택 소유자가 사게 되면 1가구 2주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임대형은 5000만원에서 5억 원대의 임대보증금을 내고 빌리는 형태다. 상대적으로 초기 비용은 적지만 제공되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정 금액의 관리비와 생활비를 매달 지불하는 부담이 있다. 지자체에 신고된 분양형 실버타운의 경우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하다
실버타운은 여유롭고 편안한 생활이 가능하지만, 거액의 입주 보증금과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한번 입주하면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정확하게 알아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도심에 있는 실버타운 골라야
다음은 실버타운을 선택할 때 점검해야 할 것들이다.
-자신에게 맞는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가
-가족과 지인이 방문하기 좋은가
-입주보증금과 월 관리비가 내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인가
-운영 기관의 재무 상태는 튼튼한가
-시설에서 제공하는 건강, 의료, 생활, 여가 서비스 프로그램의 수준과 나의 라이프스타일 수준이 맞는가
-입주자들의 커뮤니티 문화가 나와 어울릴 것 같은가
-입주 전에 1주일 혹은 한 달 정도 거주 체험을 했는가
-여생을 지내기 괜찮은가
-배우자와 충분히 상의했는가
-대형병원 접근성과 협력병원 유무, 시설 내에서의 의료 지원은 어떠한가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