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를 운전하는 금재영(28)씨도 기름값 생각에 걱정이 커졌다. 올해 초부터 경유값이 슬금슬금 올라 이전만큼 부담 없이 주유소에 가기 힘들어졌다. 금씨는 “기름값이 비싸진 이후 효율적으로 운전하기로 마음먹었다”면서 “짧은 거리는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민의 가슴을 ‘기름값 걱정’이 다시 짓누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주머니가 얇아진 서민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해 말 한풀 꺾였던 국내 유가가 최근 들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올해 유류세 환원이 본격화되면 상대적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유류세 인하 폭은 오는 5월부터 종전 15%에서 7%로 축소된다. 휘발유차를 모는 김씨는 주유할 때 최소 L당 65원, 경유차를 가진 금씨는 46원의 가격을 더 부담해야 한다.
높아지는 국내 유가는 정부에게도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올해 초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 경기에 찬물을 붓는 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던 것도 경기 부양책의 일환이었다. 내수 부진 등으로 가라앉은 서민 경제를 살린다는 의도였다. 당시 기획재정부도 유류세 인하를 발표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 서민 등의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금이 내려가도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줬다. 실제로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은 2월 중순부터 반등하면서 현재까지 오르고 있다.
계속 오르는 환율(원화가치 하락)도 국내 기름값에는 악재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원유는 전량 수입품이다. 이를 사기 위해서는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환율이 오르면 사들이는 원유의 값도 자연스레 비싸질 수밖에 없다. 2월 초 1113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25일에는 1163원으로 4.5%가량 올랐다.
국제 유가는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원유 가격에도 불똥이 튀었다. 미국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예외조치 연장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기름값이 오를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는 이유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