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충돌의 한복판에 선 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사개특위 소속 오신환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한 데 이어, 이날 오후 권은희 의원을 또다시 임재훈 의원으로 사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권 의원이 공수처법 협상안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평소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는 건 반대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바른미래당에선 14명의 의원이 김 원내대표의 일방적인 사보임에 항의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범여권 패스트트랙 밀어붙이기
8년 만에 국회서 여야 폭력사태
하루종일 난장판 된 국회
문희상, 바른정당계 면담 요청 거절
의안과·회의실·채이배 의원실 등
한국당 수십명씩 몸싸움하며 저항
범여권 특위 개회 시도, 한밤 충돌
팩스 사보임, 병상 결재, 의원실 감금, 119 출동 … 연이틀 막장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이들의 진입을 막아서면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병원에 입원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며 방호과 직원들도 현장에 합류해 ‘2차 충돌’이 빚어지며 의안과 주변이 난장판이 됐다.
민주당은 오후 9시가 넘어서자 이틀에 걸쳐 제출한 법안 4개가 모두 접수된 것으로 간주하고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를 위한 사개특위(9시)·정개특위(9시30분) 개의를 시도했다. 한국당이 본관 2층 회의장 봉쇄에 나서며 또다시 충돌이 벌어졌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현장을 찾아 공방전에 가세했다. “왜 숫자로 밀어붙여!”(장제원 의원), “당신들이 회의에 들어왔어야지”(심상정 정의당 의원)라며 고성이 오갔다.
그러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사보임계 팩스 제출이라는 우회로를 택해 ‘인간 방어벽’을 뚫었다. 현장에 모인 의원들은 9시30분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국회의장실로 이동해 사보임계 복사본을 확인한 뒤 문희상 국회의장이 입원한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직행했다. 하지만 “문 의장이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병원장의 설명에 접견실 밖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오전 8시30분 긴급의총을 마친 직후 패스트트랙 길목 곳곳에 흩어져 ‘게릴라전’을 펼치며 농성했다. 먼저 공수처법 등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오전부터 의원 6명이 국회 의안과를 점거했다. 회의 개최를 막을 목적으로 선거법·공수처법을 논의할 가능성이 큰 회의실 두 곳(본관 445·245호)에도 의원과 보좌진을 20여 명씩 배치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본관을 돌며 야전사령관처럼 농성 중인 의원과 보좌진을 독려했다.
오신환 의원 사보임이 확정된 오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국당보좌진협의회는 회원들에게 “국회 본관으로 집결해 달라”는 단체문자를 발송했다. “노끈이나 쇠사슬로 회의실 문을 묶자”며 대책을 논의하는 이도 있었다. 보좌진이 대거 합류하면서 한국당의 방어선은 한층 두터워졌다.
채 의원은 이 과정에서 의원회관 6층에서 30㎝ 남짓한 창틀로 얼굴을 내밀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초유의 ‘창틈 기자회견’에서 채 의원은 “창문을 뜯어서라도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오후 3시15분 안전사고를 우려한 한국당 의원들이 농성을 풀면서 채 의원은 공수처법 논의가 진행 중인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직행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상황이 국회 사무처를 중심으로 일어난 만큼 선진화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사개특위·정개특위 회의 방해 목적이 강했던 만큼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법 적용 여부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일 가능성도 있다. 일단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직자들에게 채증을 지시했다. 단 1건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영익·윤성민·이우림 기자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