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18일 한 야당 의원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다. 한 문장에 부사어인 ‘매우’, ‘대단히’가 두 개나 포함된 걸 보니 꽤 고마웠던 모양이다.
문 의장 서신의 수신자는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김 의원이 이틀 전 문 의장에게 보낸 서신의 답장 성격이다. 김 의원이 문 의장에게 어떤 내용의 편지를 보냈기에 드잡이질하기에 바쁜 국회에서 보기 드물게 훈훈한 장면이 연출된 걸까.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김 의원이 쓴 편지의 일부다. 1919년 임시 의정원의 첫 회의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는데, 이후 1946년 2월 해산될 때까지 여성 의원은 김마리아ㆍ양한나ㆍ최혜순ㆍ방순희ㆍ김효숙ㆍ지경희ㆍ신정완 등 7명이 전부였다. 그나마 최초의 여성 의원으로 정신 여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의 교원을 지낸 김마리아 외엔 활약상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공창제 폐지를 추진하고 첫 여성 수도여자 경찰서장을 지낸 양한나 의원을 비롯한 최혜순ㆍ방순희ㆍ김효숙ㆍ신정완 의원 등은 공적을 인정받아 정부의 훈장을 추서 받았지만, 시민들에겐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지경희 의원의 경우는 알려진 행적조차 거의 없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뉴스1]
김 의원은 “상하이에서도 방순희 의원 한 분의 사진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마저도 단체 사진에 들어간 얼굴이었고, 이름도 적혀있지 않았다. 가이드가 ‘저분이 방순희 의원이다’라고 설명해서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여성 의원이기도 하지만 여성 독립 운동가였다는 점에서 재조명의 의미가 크다. 일가족이 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말살되거나 결혼을 하지 않아 후손도 없는 까닭에 역사적으로 잊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회 헌정기념관에 걸려 있는 김마리아 선생의 사진.[김현아 의원실 제공]
국회 헌정기념관의 김효숙·방순희 선생[김현아 의원실 제공]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