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왼쪽)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주 북한은 당 정치국 확대회의(9일), 당 전원회의(11일), 최고인민회의(11~12일)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을 연쇄적으로 소화하고 체제개편을 단행했다.
태 전 공사는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수령 없는' 최고인민회의 개최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날인 11일 김 위원장이 참가하지 않고 대의원들의 간접 선거를 통해 국무위원장을 선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된 둘째날(12일)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가 13일 오후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또 노동신문이 14일자에서 김 위원장을 '조선 인민의 최고 대표자'라고 지칭한 배경에 헌법 개정 가능성을 거론했다. 태 전 공사는 "최용해의 최고인민회 상임위원장이 아닌 김정은의 국무위원장 직이 대외적으로도 북한을 대표하는 것으로 수정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전까지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직책은 상임위원장이었다.
태 전 공사는 또 "이번 인사를 통해 북한은 2인자도, 3인 체제도 없는 김정은 유일지도 체제로 굳게 자리 잡았다"며 "최용해가 북한의 모든 실정을 통제하는 당 조직지도부 청사를 떠나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외국 사절 외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청사로 이사했다는 것은 그 만큼 힘이 빠졌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앞서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국무위원들이 찍은 기념사진도 공개했다. 외무성 1부상으로 승진한 최선희 부상과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도 함께였다.
태 전 공사는 이를 두고 "지난 1년 간 남북 관계와 대미 관계까지 주도하던 김영철의 힘이 빠지고, 앞으로 대남 사업은 김영철의 통전부가, 대미 사업은 원래대로 외무성이 전담하는 것으로 분업이 명백해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제재 해제 때문에 미국과 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하노이에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약점을 노출 시키는 전략적 실수를 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