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제공해드릴 가격은 사이클당 5000 달러(약 569만원) 입니다.”
美서 “가임력도 늙는다” 불안감 부추겨 시장 성장
세미나·이동 클리닉, SNS 홍보 활발…“연 25% ↑”
지난해 8월 뉴욕에서 문을 연 ‘난자 냉동(egg freezing)’ 스타트업 ‘카인드바디’가 매달 주최하는 이벤트성 세미나의 한 장면입니다. “가임(可妊)력에 대한 여성 간 토론을 정상화하고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사산 박사는 말합니다.
“독립적인 여성이 되기 위한 ‘주문(mantra)’처럼 됐다.”
최근 미국에서 난자 냉동에 대한 2030 여성의 뜨거운 관심을 레베카 실버 카인드바디 마케팅 디렉터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남자는 필요 없고, 당장 아이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게 새로운 페미니즘의 물결”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지요.
와인 제공 세미나부터 이동 클리닉까지… ‘밀레니얼 잡아라’
30대 모델 크리스타 메이스는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이 광고를 본 뒤 밴을 찾아갔습니다. 자신의 AMH 수치가 0.78로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카인드바디 측과 추가 검사를 진행한 끝에 난자를 얼리기로 결심했지요. 메이스는 “연애상황과 상관없이 (원할 때) 아이를 가질 기회를 잡은 셈”이라며 “내게 시간이란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시카고의 ‘오바’라는 곳은 한 달에 한 번꼴로 ‘해피아워’ 이벤트를 엽니다. 칵테일을 마시며 난자 냉동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자리인데요. 35~40명 규모로 여성들이 모여 클리닉 내 시설들을 둘러본 뒤 발표를 하고 의료진과 질의 응답할 시간도 갖습니다. 신청자가 많아 행사를 이틀에 걸쳐 나눠 한 적도 있지요.
잠재 고객을 노린 이런 류의 행사는 종종 웨비나(온라인 세미나) 형식으로도 진행되는데 영국과 독일, 중국, 일본 등지에서도 관심을 보인다고 합니다. 최근 영국에서도 ‘런던 에그 뱅크’란 업체가 모든 서비스의 30% 할인을 내걸고 비슷한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리파이너리29에 따르면 아직 영국 내 이런 행사는 의사와의 일대일 만남이 중심이라고 합니다.
부티크 스타일 매장…인플루언서와도 협업
“핸드폰 충전기와 주스 바가 있는 ‘인스타워시(Insta-Worthy) 스튜디오’.”
뉴욕의 ‘트렐리스’가 자사를 홍보하는 방법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에 다가가기 위해 소셜미디어(SNS) 친화 전략은 필수인데 매장을 ‘인스타그래머블’하게 꾸며 관심을 끄는 게 대표적이지요. 전통적 병원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은 부티크 스타일인 셈입니다.
상업적인 요소에 반감을 줄이기 위해 인플루언서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업체들이 “SNS에서 인기 있는 인물들과 제휴를 맺고 팔로워에게 생식 통제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고 표현하는데요. ‘익스텐드 퍼틸리티’는 시술 후기를 올리는 조건으로 인플루언서에게 난자 냉동 시술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트렐리스 또한 입소문을 내주는 인플루언서에게 대가로 비용을 지불한다고 하지요.
“난자 냉동=출산 보장 아냐” 경계도
“당신의 미래를 소유하세요.” “시간을 얼리는 것과 같습니다.”
업체들은 주로 이런 슬로건을 내겁니다. “가임력은 결코 오늘날의 당신처럼 젊지 않을 것이다. 왜 주저하나” 식의 불안감 조성은 덤인 셈이지요. 트렐리스는 웹사이트에 “32세에 가임력이 감소하기 시작해 30대 중반 가속화한다”며 35세 이전에 난자 냉동을 하라고 권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에 피임약이 그랬듯, 밀레니얼 세대엔 난자 냉동이 비슷한 성격의 해방 수단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합니다.
NBC에 따르면 앞서 2017년 월가 투자자들은 이 분야를 주목해야 할 시장으로 꼽았습니다. 익스텐드 퍼틸리티에 투자하고 있는 존 산템마는 “시장 규모가 매년 25%씩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지요. 초기투자 전문 벤처 캐피탈인 캡스톤 파트너스는 “미국의 난임 시장은 많은 발전을 이뤘고, 이젠 인수합병(M&A)을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합니다.
이런 트렌드를 보는 시각은 엇갈립니다. 저출산 시대에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우려도 공존합니다.
미 과학전문 라이브사이언스는 “커리어 목표를 추구하고 알맞은 남편감을 찾는 동안 가임력을 보존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하는데요. 애틀랜틱은 “두려움을 덜어줄 약속을 하면서 ‘비싸고 침투적이고 불확실한’ 절차를 최고의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하는 또 다른 정상적인 것으로 그려낸다”고 꼬집습니다.
기업들의 규제 없는 돈벌이 영역으로 전락했다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지요. 생명 윤리학자 조셉 존스턴 박사는 “술이 제공되는 파티에서 난자 냉동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 환자에게 의료 절차를 상담하는 방식과 달리 마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처럼 난자 냉동(시술)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 세인트 루크병원의 셰르만 실버 박사도 “투자자들은 거대 이익을 보려 할 뿐 의료의 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지요.
전문가들은 난자 냉동이 임신과 출산의 보증수표는 결코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게다가 애틀랜틱은 가임력이 빠르게 감소한다는 업체들 주장과 달리 2004년 한 연구를 인용, 30대 후반 여성이 1년간 노력한 결과 자연임신할 확률은 82%였고, 27~34세의 경우 이 비율이 86%로 더 높다고도 전했는데요.
시술을 결정하는 데 큰 요인이 될 가격 정보와 관련해서도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업체는 난자 냉동을 네일아트나 헤어 등의 서비스와 비교해 “이걸 할 여유가 있다면, 이것도 할 수 있다”는 문구로 환심을 사는데요. 보험 적용이 거의 안 되는 데다 사이클이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며 수백만 원에 달하는 약값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래 흐름을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과 구매력에 기대를 걸고 태어난 신종 난임 기관들이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