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 도입 후 처음 맞는 월요일인 2018년 7월 2일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 변경된 개점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31일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2월 기준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취업자 수는 245만9000명으로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하기 직전인 지난해 6월 대비 8개월 만에 10만6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16만 명 증가 예측 빗나가
수당 깎인 근로자 임금 보전 요구
기업들 고용 줄이고 제품가 올려
기계로 노동 대체 속도 빨라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결과는 정부 예측과 달랐다.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근로자 월급은 그대로이거나 더 증가했다. 기업의 노동비용 압박이 더 강해진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상용근로자 1인당 평균 월급은 418만5000원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8.6% 늘었다. 임시·일용근로자 월평균 임금(153만6000원)은 6.3% 증가했다. 반면에 월평균 근로시간은 상용근로자가 1인당 28.3시간 줄었고, 임시·일용근로자는 11.9시간 감소했다. 대기업 취업자 수가 줄어든 데는 주력 제조업 침체 등 다른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제조업 침체 국면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이 더욱 고용 확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 52시간 제도 도입은 장시간 노동 감소 등 대기업 근로자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에는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제도가 중소기업 등으로 확대되면 일자리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일각의 견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된 시점이 공교롭게도 4차 산업혁명 진행으로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국면”이라며 “제도 도입 이후 시간당 노동비용이 커지게 되면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는 속도도 더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자리도 더 빨리 줄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