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정보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서 국정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동 기자
29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서훈 국정원장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정부가 ‘어떻게 한꺼번에 (핵무기를) 다 없애느냐. 차츰차츰 없앨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미국과 꾸준히 협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 정보위원이 말했다. 다른 정보위원도 “서 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가야되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한미 간 입장이 다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모든 핵 시설을 신고·폐기·검증하고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동결·폐기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빅딜’보다는 ‘스몰딜’을 한두 차례 연이어 달성하면서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이뤄나가는 개념인 ‘굿 이너프 딜’을 제시했다.
한편 서 원장은 “올해 들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는 징후가 있으나, 아직까지 대량 아사 징후는 없고 시장 곡물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 정보위원은 서 원장이 “2018년에 전년 대비 곡물생산량이 3.4% 감소했고, 2019년 3월 현재 곡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 (북한의)자체 추계로 올해 필요한 곡물량 495만t 중 149만t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외무성에서 국제기구들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또 서 원장은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인 2월부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외형복구에 착수해 공사를 대부분 완료했고, 현재 보수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밝혔다. 다만 서 원장은 미사일 발사장 복원의 의미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또 서 원장은 영변 5MW 원자로에 대해선 “지난 해 말부터 가동중단 상태며 재처리시설 가동 징후도 없으나 우라늄 농축시설은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EPA=연합뉴스]
최근 발생한 스페인 북한 대사관 피습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반북(反北)단체 ‘자유조선’은 실체가 있는 조직이라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다. 다만 자유조선이 미국 FBI에 해당 대사관에서 확보한 정보를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 서 원장은 “스페인 당국에서 그렇게 발표한 것으로 들었다”며 “현재 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국민이 일부 포함됐는지에 대해선 당국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정보위원은 “우리 정부가 해당 사안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고, 보도를 통해 파악했다”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