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각 기업 주주총회에 대한 재계 관계자의 관전평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수위를 높여온 국민연금의 주주총회장 말발은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최대점을 찍었다.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조 회장은 결국 경영권을 잃었다.
국민연금 반대에 조양호 회장 경영권 상실
SK, 효성, 신세계 주총에서도 반대표 던져
27일 열린 SK 주주총회에선 최 회장과 염 전 총장에 대한 사내 및 사외이사 선임 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그럼에도 재계에선 국민연금의 반대표에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윤리적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SK그룹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주주 가치 제고에 부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이사회 의장으로 지명된 염 전 총장이 최 회장과 대학 선후배 사이라는 이유에서다.
SK그룹은 국민연금의 이사 선임 반대 입장이 전해진 26일부터 촉각을 곤두세웠다. SK그룹은 “국민연금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최 회장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직을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 주주들이 평가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2일 열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선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터였다.
재계에선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상실에 대해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안 부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연금이 이번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과도한 경영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올해 열린 기업 주주총회에서 얼마나 힘을 썼는지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올해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기아자동차・효성・신세계 등 각 기업 주주총회에선 국민연금이 회사가 올린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원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오늘 열린 SK 주주총회처럼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