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은 먼저 “초미세먼지는 직경이 2.5 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인간 머리카락의 직경이 약 70㎛인 것을 고려하면 30분의 1보다 더 작다”며 “이 때문에 몸 속 깊이 흡수돼 인간의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정자 생산을 포함한 생식샘 활동 역시 내분비계 영역이므로 초미세먼지로부터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계는 그간 초미세먼지 내에 내분비계 교란 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해왔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진 조사결과
세계 내분비학회(ENDO)에서 발표
출생직후 노출되면 증상 가장 나빠
"선천적 이유 아닌 후생유전적 요인"
그 결과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생쥐 그룹은 모두 대조군보다 정자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생 직후부터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그룹의 상태가 가장 좋지 않았다. 연구진이 DNA가 단백질을 조절해 지시를 내리는 ‘유전자 발현’ 과정을 분석한 결과, 정자를 생산하는 기관과 관련된 유전자 수치에 변화가 생김을 알 수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코스타 박사는 “이는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DNA 서열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후생유전적 변화다”고 밝혔다. 후생유전이란 유전자 고유의 염기서열이 바뀌지 않아도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는 형질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즉,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특정 유전자가 영향을 받아 신체 기관에 명령을 내리는 단백질 대사에 관여하게 되고, 결국 정자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코스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출생 직후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후생유전 과정을 거쳐 정자 생산이 저해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한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보다 시급하게 대기오염 관련 공공정책을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